누구의 전쟁인가?

[이슈 인사이드 | 국제·외교] 권희진 MBC 기자

권희진 MBC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반을 넘어섰다. 그 긴 시간 국토에서 전면전을 치러온 나라의 참상과 피해를 형용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민간인 사망자만 1만명을 넘어섰으니 전쟁터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런 희생을 치르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최선의 경우 전쟁 이전으로 국경을 되돌리는 것이라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으로선 이조차도 희망에 가깝다.


잘 알려진 대로 푸틴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으려는 것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가 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해 미국의 편에 서서 러시아와 맞서는 방식으로 안보를 지키려고 했다. 미국은 마치 이것이 가능한 일인 것처럼 희망을 줬다.


2019년 2월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하겠다는 개헌안을 채택했고, 2021년 1월에는 나토식 군 계급 체계를 도입하며 나토군과의 동조화를 선언했다. 5월7일,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시사했다. 이어 5월17일에는 영국의 초계함 등 나토의 군함과 전투기들이 흑해에 진입했다. 우크라이나가 마치 나토의 일원이라도 된 것 같은 상황들이 이어졌다. 6월7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이 발언 사흘 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으로 모스크바의 코앞에 나토의 미사일이 배치되는 상황은 레드라인을 넘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2021년 11월, 미국과 나토 국가들이 흑해 해상 훈련을 했고 미 해군 초계기와 정찰기들이 그 위를 비행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부근에는 10만명에 달하는 러시아 병력이 집결했다. 2022년 1월, 러시아는 자신들의 안전 보장을 미국에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거부를 확약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열려있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어떤 상황이든 대비돼 있다며, 전쟁 불사도 암시했다. 이후 2022년 2월24일, 러시아는 침공을 단행했다.


미국은 무기를 지원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들의 국토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전쟁이 끝없이 길어지면서 피로도도 높아지던 지난 6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가능할 것처럼 행동하던 미국의 태도가 달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조건을 완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분쟁 중인 국가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으니 가입 조건이 바뀌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어려워진다. 이후 7월 나토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위한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로선 나토 가입 문제로 전쟁이 벌어졌는데 미국과 나토가 이제와 변했다고 느낄 법하다. 상황이 바뀌면서 마음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애초 불가능한 일을 될 것처럼 말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을 일으킨 범인은 푸틴이지만 이 전쟁에 미국의 책임은 과연 없는 것일까. 미국과 나토만 바라보던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돼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슬프고도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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