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 철회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결국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감사원 감사 등으로 방통위를 먼지털이하듯 압박하고 임기가 보장된 한상혁 전 위원장을 무리하게 쫓아내더니 결국 그 후임자 자리에 숱한 논란에 휩싸여 있는 인물인 이 특보를 내정했다는 점이 실망스럽고 허탈하다. 기자의 80%, 특히 방송통신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방송기자 90% 이상이 임명 반대(한국기자협회 여론조사·6월)했는데 이런 언론계의 반발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이 후보자가 지명된 날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주요 언론 현업단체에서 “국민 여론은 안중에 없는 오만함의 절정”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방통위원장은 방송사 재허가 심사와 통신 규제 등에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자리다. ‘윤석열 정부의 방송정책’을 대변하는 중차대한 자리인데도 윤 대통령이 흠결 많은 이 특보를 굳이 방통위원장에 앉히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확실히 자기 편으로 만들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언론과 관련된 윤석열 정부의 최근 행보는 ‘부당한 언론 개입을 막고 자유로운 언론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던 대선 때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 같다.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앞선 어떤 정부도 섣불리 손대지 않았던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시행령 개정으로 밀어붙여 KBS에 재정적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법인카드를 남용했다며 남영진 KBS 이사장에 대한 해임절차에 착수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해서도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영방송을 하루라도 빨리 정부 여당에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조급함이 역력하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누구인가.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낼 때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임명·간부 물갈이, 프로그램 교체 등의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에는 그가 청와대 홍보수석 재임 당시 홍보수석실이 국가정보원 관계자에게 진보 성향 특정 일간지의 광고수주 동향 및 견제방안을 알아보라고 요청했다는 국정원 관계자의 증언이 검찰 수사기록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판단해 보면 그는 당시 정권에 비판적 언론을 무력화하려 했던 정권 차원 기획의 설계자이거나 최소한 적극적 관여자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최근 정부 여당이 권력에 대한 비판이나 정책 검증까지도 ‘가짜뉴스’나 ‘괴담’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 정권의 언론장악에 관여한 의혹이 짙은 이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내정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담보하기 위해 방통위는 법적으로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히 공영방송이 정치적 편향 논란에 휘말리고 그로 인해 신뢰도가 낮아지면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후퇴로 돌아온다는 점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방통위원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 아니라 절제력이 있고 정치적으로 균형감이 있는 인사가 맡는 것이 합당하다. 이 후보자는 과거 공직자로서 오히려 그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인물이다. 국민적 관심인 자녀의 학교폭력 무마 의혹도 명쾌히 해명되지 않고 있다. 신문기자 출신인 이 후보자에 대한 전문성, 공정성 논란은 물론이고 윤리적 잣대로 봐도 결격 사유는 차고 넘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 특보의 방통위원장 지명을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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