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이 이사들의 ‘항명’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월요일 아침마다 열리던 간부회의가 지난 17일 경영이사의 지시 아래 생략되고, 이 과정에서 이사장에게 별도의 보고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표완수 이사장은 “이것은 이사장이 내린 지시 불이행이거나 심지어 항명에 해당하는 게 아닌지 알아봐야 하겠다”며 황당한 심경을 드러냈다.
표완수 이사장은 17일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황당한 일이 월요일 아침에 벌어졌다”며 “경영이사가 월요일 아침 9시10분에 정례적으로 열리는 간부회의를 생략하고, 각 본부별로 따로 회의를 진행하도록 연락하라는 지시를 경영기획실에 내렸다”고 밝혔다.
표 이사장은 “이사장에게 보고도 없이 누구의 하명을 받고 그런 지시를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경영이사를 불렀으나 오지 않고,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시 불이행”, “항명” 등을 언급했다.
표 이사장은 또 “지난 3월 중순 이래 재단은 퇴행을 거듭하고 있고, 터무니없는 사유로 신생 인터넷 매체의 공격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구성원 여러분의 마음의 상처가 매우 크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이사장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도 크리라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언론재단은 지난 3월 유병철 경영본부장, 남정호 미디어본부장, 정권현 정부광고본부장 등 새 경영진이 취임한 이후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직원들 의견 수렴 없이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이 단행되고, ‘가짜뉴스 피해 상담·신고센터’가 졸속으로 설립되며 언론재단 노동조합에서 “경영·미디어·정부광고본부장 동시 취임 이후 전례 없는 격변을 겪고 있다”는 항의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말 언론재단이 언론사들의 정부광고 단가 순위를 의도적으로 뒤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재단이 자체 내부 감사를 시작한 후 표 이사장이 관련 업무에서 배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언론재단은 ‘실국 센터장들에게 드리는 경영이사 당부 말씀’이라는 사내 공지문을 통해 “이사장의 법률적 위치가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제한되어야 함. 특히 근무 시간 외 이사장의 업무 지시는 담당 이사에게 즉각 보고할 것” 등의 내용을 전했다.
한편 언론재단 노조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임원들은 갈등과 반목을 할 시간에 조직을 지키고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언론재단 노조는 “이사장님께서 공지사항에 올리신 것처럼 지시 불이행이나 항명이 있었다면 제 규정을 꼼꼼히 살피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주”시라며 “경영이사님께서도 해당 지시에 대한 배경과 그것이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인지 직원들에게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 이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회사의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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