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A&T가 회사의 기습적인 조직개편으로 들끓고 있다. 노동조합이 “사내 구성원의 의견 반영 없는 밀실개편”이라고 맞서며 극심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회사의 조직개편은 기구만 통합했지 구성원과의 통합은 내팽개친 ‘분열 경영’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기습적이라 할 정도로 노사합의도, 단체협약도 무시한 급박한 조직개편이 과연 직원들의 동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조직 풍토는 결국 창조적 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방송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다분하다. 누구를 위한 개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업무전문성에 대한 고려 없이 보도영상본부를 해체해 방송제작본부로 통합한 것은 뉴스 영상보도의 독립성을 위축시킬 것이 뻔하다. 독립적인 조직이 다른 조직에 흡수 통합되면 업무의 경직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뉴스와 드라마 영상이 다 똑같은 영상 아니냐는 식의 접근이야말로 비효율의 극치다. 조직을 뗐다 붙였다하는 실험이 성공하지 못하고 무모한 모험으로 귀결되는 까닭은 그 실험의 대상자가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말한 “업무효율 극대화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조직개편 목적에서 구성원을 소모품 대하듯 여기는 태도도 엿보인다. 효율이란 이름이 조직을 멋대로 바꿔도 되는 ‘프리패스 티켓’이라도 되는가.
회사가 조직개편안 발표 5시간을 앞두고 급박하게 노조에 통보한 데서 노사가 힘들게 쌓은 신뢰는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2021년 노사는 “명칭 변경이나 직제 개편에 따른 대상자의 변동사항 발생 시 노사합의를 통해 적용대상을 재검토한다”고 합의문을 작성한 바 있다. 또 단체협약 5장은 “공정방송을 위해 보도영상 부문 최고책임자에 대한 중간평가제와 긴급평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직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이번 개편으로 노사 합의는 물거품이 됐다. 회사는 한술 더 떠 기구개편 단행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작금의 사태를 예감하듯, 노조는 지난해 이동희 사장 임명 때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비용 절감을 들이대며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성명을 더 들여다보면 이동희 사장은 2021년 임명동의제를 둘러싼 노사갈등 국면에서 ‘단체협약 해지권’을 들고 나온 인물로 그려져 있다. 특히 노조의 단체행동에 노조사무실 폐쇄와 전임자 복귀, 조합비 자동공제 중지 엄포를 놓으며 노조파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가 등 돌리는 독선적인 경영으로 얻는 게 무엇인가. 투명한 절차를 통한 의사결정이야말로 위기를 돌파해나갈 든든한 동력이다. 수익 극대화만을 좇는 지금과 같은 졸속 개편은 되레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려 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A&T 한 구성원은 졸속개편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피력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마치 기계 분리하듯이 사람을 처리하며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다. 허탈감과 상실감이 크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조직개편인지 묻고 있다. 대상자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몇몇이 밀실에서 진행하는 폐쇄적 경영의 부당함을 질타하고 있다. 사장이 담화문을 통해 밝힌 ‘미래지향적 조직 구축, 변화하는 환경 능동적 대처’는 허울뿐인 요식행위와 다름없다. 구체적인 계획도, 미래 비전도 없는 공허한 말잔치일 뿐이다.
우리는 촉구한다. 구성원의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 조직개편은 철회돼야 한다. 사장은 소모적 논쟁과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 방송사는 사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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