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회피는 앞으로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주제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3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뉴스를 피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모든 조사 대상 국가에서 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20%만이 적극적으로 뉴스를 피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낮은 언론 신뢰도를 고려한다면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이러한 수치는 저널리즘과 뉴스 소비자 사이의 연결이 매우 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저널리즘과 뉴스 소비자의 약한 관계는 언제든 뉴스 회피가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뉴스 회피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뉴스 소비자는 어떤 채널을 통해서 어떤 주제의 뉴스를 어떤 포맷으로 소비할지 선택권이 다양해졌다. 전통 언론사 기자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포털 외에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다양한 형식의 뉴스가 제작된다. 쏟아지는 정보 중 가치 있는 뉴스를 발견하는 일은 소비자에게 정신적 노동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느끼는 인지적 부담감은 결국 뉴스 피로감으로 이어져 뉴스를 회피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정보 생태계 탐색 과정에서 뉴스 소비자의 인지적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출처 확인이 어려운 허위정보는 낮은 신뢰도로 인해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남겨진 강렬한 메시지는 출처는 잊힌 채 가짜 기억으로 남는다. 수면자 효과라고 부르는 이러한 현상은 신뢰성이 낮은 출처의 정보를 시간이 흐른 후 믿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허위정보를 주제로 이루어진 노벨상 회담(Nobel Prize Summit)에서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는 조작된 사진이 거짓 기억을 심는 멋진 방법이며, 기술로 인해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실제로 펜타곤에 폭발이 발생했다는 가짜 이미지로 인해 주식 시장이 잠시 하락하기도 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푸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관련된 가짜 영상은 전쟁의 양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인공지능으로 생성되는 허위정보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발견을 어렵게 만들고, 시민들은 개별 정보를 판별하고 선택하는 데 큰 노력을 들이게 될 것이다. 시민들이 올바른 정보를 탐색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낮은 신뢰라는 사회적 비용의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디지털에 대한 반발과 불신이 높아질 수 있다. 사회적 불신으로 인해 언론보다는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주변 사람을 통해서만 소통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전반적인 사회적 신뢰를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은 인공지능이 가진 숨겨진 비용 중 하나다. 과잉 정보가 뉴스 회피를 가져오는 시대에 언론은 어떤 방식으로 뉴스 소비자에게 접근해야 하는가.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부터 낮은 언론 신뢰를 회복하고 뉴스를 피하는 독자를 다시 돌아오게 만들 방법까지 고민할 부분이 많다. 인공지능은 링크를 통해 이루어지던 기존 뉴스 유통방식을 새롭게 바꿀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시대에 과거의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뉴스 독자에게 다가가는 접근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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