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청주에 반도체 전기검사 전문업체 테스트테크라는 사업장이 있다. 현장 노동자 대부분은 여기가 첫 직장인 20~30대 청년인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시작해 입사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테스트테크 청년 노동자들이 관리자들에 의해 발생한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고발했다. 그 내용이 얼마나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지 2023년에 벌어진 일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들은 또한 사측이 노사협의회 운영을 위법하게 진행하고, 관리자들이 복수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을 하는 등 노조탄압을 했다는 내용도 함께 알렸다.
지난달 26일에 전북 완주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주최의 한 행사가 열렸다. 행사 이름은 ‘제조업에도 MZ 노동자가 있습니다: 호명되지 못한 다양한 청년노동자 이야기마당’으로, 청주의 테스트테크 노동자들도 참석했다. 그곳에 모인 청년노동자들은 정부가 제공하고 언론이 받아쓰는 ‘MZ 노조’와 ‘MZ 노동자’ 보도에 야속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 정부가 ‘청년을 위한다’며 연일 MZ세대와 노조를 만나러 다니면서도, 제조업 등에 종사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겪는 심각한 문제는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언론도 서운하긴 매한가지란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혁을 추진하면서 ‘MZ 노조’와 ‘MZ 노동자’를 호명했다. 정부가 세운 ‘MZ 노조’의 표상은 양대 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대기업과 공기업 사무직이 모인 ‘새로고침’ 노조이다. 일부 언론들도 정부가 만든 프레임을 노동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소개하며 주목도를 올렸다. 언론은 주로 반노조, 탈정치 정서와 원칙을 지닌 신 노조운동 세대로 ‘새로고침’을 설명하며 기존 노조의 대척점에 서 있는 집단으로 묘사한다. 기존의 반노조 프레임을 조장하는 기사에 ‘MZ 노조’가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MZ 노조’ 프레임은 기존 노조를 배제하고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사자인 새로고침 노조마저 ‘우리는 MZ 노조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프레임을 거부한 것을 보면 의도된 호명이라고 보는 시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윤석열 정부가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등을 추진하며 ‘MZ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하거나, 노조의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에 대해 ‘MZ세대가 공정과 투명을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한 것에서 정부의 의도는 선명히 드러난다. 청년 세대를 앞세워 개혁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정부의 ‘선택적 소통’과 ‘의도된 호명’, 그리고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 혹은 정부와의 ‘공모’가 청년 세대로 묶여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겪는 문제를 지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기업·공기업 사무직이 청년의 주류적 목소리가 되고 그 외 실질적 다수인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삭제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테스트테크의 어느 ‘MZ 노동자’가 한 발언을 옮겨본다. “생산직, 비정규직 등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청년 노동자들이 많이 있는 걸로 아는데, 우리도 정부가 말하는 MZ세대가 정말 되고 싶네요.” 누군가는 MZ로 호명되길 거부하고, 누군가는 MZ세대로 호명되길 원하는 상황.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 건 언론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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