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지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일 논란이다. 다시 불거진 아들 학교 폭력 문제로 전국 대학에 반대 대자보가 붙었고, 15년 전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재연이라는 혹평이 잇따른다. 개인 도덕성과 편향된 언론관에 대한 우려인 만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들은 아니다.
아들 학폭에 대해서는 이 특보가 직접 해명에 나섰으나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하나고 교사 등 당시 사건 조사 참여자들이 “학폭은 충분히 증명됐다”며 반박했고, 아들 전학 관련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국 11개 대학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아들 학폭 비호 논란으로 정순신의 국가수사본부장 지명이 철회됐는데 또다시 자녀 학폭 무마 가담자가 국가기관장”(충남대)으로 거론된다며 “‘공정과 상식’이 없는 윤석열 정부, 내로남불식 태도”(아주대)라고 지적했다. 석연치 않은 학폭 처리를 ‘제2의 정순신’으로 인식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은 단순히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논란의 인물을 방통위원장으로 밀어붙이는 저의를 묻는 것이다. MB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언론특보를 지낸 이동관 특보는 당시 ‘언론 장악’ 정책 추진의 중심에 있었다.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정연주 KBS 사장 사퇴 압박, MB 캠프 출신 구본홍 YTN 사장 ‘낙하산’ 임명, MBC ‘PD수첩’ 제작진 검찰 수사·기소 등 방송 장악 움직임이 절정이었던 시절이다. 이후 언론인 다수가 해직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한국기자협회 설문조사(1473명)를 보면 기자 10명 중 8명이 “이동관 임명에 반대”하면서 그 이유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 탄압에 앞장선 인물’(복수응답, 80.3%)이란 점을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과거 그의 ‘경력’에 기반한다. 이와 함께 방통위 독립성 침해(61.5%)에 대한 우려도 임명을 반대하는 큰 이유다.
특히 이동관 특보의 이 같은 경력은 최근 정부가 속도전으로 추진 중인 KBS 수신료 분리 징수와 맞물려 의구심을 키운다. 방통위는 대통령실이 분리 징수 방안 마련을 권고한 지 9일 만에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통상적으로 40일간 진행하는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했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 5명 가운데 면직된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이 공석이다. 이런 때에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징수 방식 변경을 숙의 없이 밀어붙이는 모습은 합의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의 공적 책임 제고, 방송·통신의 균형 발전과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다.
이 특보가 내비쳐온 언론관 역시 합의제 기구의 수장 역할에 적합한지 의문을 갖게 한다. 그는 2019년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보수 우파의 제대로 된 분들은 지상파를 보지 않는다” “보수를 떠받쳤던 축은 밉든 곱든 보수 언론과 재계”라고 말해 편향성을 드러냈다. 자서전 ‘도전의 날들’에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일본의 ‘옴진리교 사린가스 테러’에 빗대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디어 환경은 디지털 전환과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며 급변하고 있다. 방통위에는 균형 감각과 통찰력으로 방송의 공공성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방송통신 산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위원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임기를 불과 두 달 남겨둔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둔 이유가 이동관 임명이라면 더욱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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