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에도 ‘속도’가 있다. 이 식당은 다급하고 절박한 허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사장님이자 셰프는 한 사람. 빠르고 신속한 것이 없는 가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끄트머리에 위치한 ‘가고 싶은 선리네’다. 또 없는 게 있다. “이 메뉴 주세요”라는 손님들의 말소리가 없다. 메뉴판 대신 벽에 분필로 적어 놓은 음식은 다섯 가지. 하지만 이곳을 몇 번 와본 손님이라면 메뉴판에서 음식을 고르는 대신 사장님에게 추천받는 게 좋다는 걸 안다.
얼마 전 방문했을 때는 “조개크림스튜 ‘조금’과 야채카레 리조또를 준비해보겠다”는 사장님의 추천대로 식사를 했다. 감태를 올린 조개크림스튜는 이곳의 대표 메뉴. 하지만 야채카레 리조또는 메뉴에는 없는 ‘오늘의 특식’이었다. 고기를 먹지 않는 나 같은 손님을 위해 스탭 밀이었던 야채 리조또에 버섯을 듬뿍 넣어 내놓은 것. 한 숟갈 떠먹자 눈에 별이 튀었다. 맛집은 역시 스탭 밀에서 진가가 발휘된다. 화이트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창밖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바게트를 곁들인 새콤한 카스파쵸가 나온다. 역시 메뉴에는 없는 음식이다. 다음은 디저트로 수박 한 조각. 싹 다 해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니 “더 내줄 것이 있었다”며 아쉬워한다. 때로는 사장님 어머니표 요기 거리나 브라우니 같은 것들이 이곳의 ‘비밀 부엌’에서 나올 때도 있다. 그러니 느리다고 방심하지 말 것.
온기 가득한 음식에, 해가 지는 풍경을 여유롭게 ‘곁들일 수 있는’ 식당은 귀하다. 힙한 연희동에선 더 그렇다. “오늘은 신선한 재료가 있어서 새로운 메뉴를 준비해봤다”는 사장님의 말은 이곳에서의 저녁식사를 여유롭게 만드는 다감함이다. 서너 개뿐인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 표정이 느슨한 이유다. 무심한 식객도 결국 단골로 만든 수상하게 다정한 가게, ‘가고 싶은 선리네’의 여름 메뉴가 당신을 기다린다. 아차, 비탈길을 올라도 간판이 쉬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걱정 말고 계속 가시라. 땀 흘리며 찾아가도 결국 같이 간 상대가 당신에게 웃을 거라고 장담한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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