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뉴스 입점도 제재도 오리무중… 대책없는 개점휴업

[양대포털 제평위 일방중단 후폭풍]
"제평위 없는 과도기, 내년 총선까지 갈 듯"

  • 페이스북
  • 트위치

“양대 포털이 제평위를 방패막이로 활용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심의위원을 지낸 언론계 인사 A씨는 지난 22일 네이버·카카오가 발표한 제평위 활동 중단 방침을 이렇게 평가했다. A씨는 “정치권의 압박을 피하려고 사실상 제평위를 해체한 포털의 행태는 무책임하다”며 “규제기구 역할을 한 제평위가 사라지면서 다시 무법천지가 될 포털뉴스 생태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평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 2015년 ‘국내 온라인 뉴스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며 세운 자율규제기구다. 양대 포털의 뉴스 제휴와 제재, 퇴출 심사 등을 담당했다. 7기까지 활동한 제평위는 그동안의 공과를 뒤로한 채 두 포털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한순간에 멈춰 섰다. 현재로선 큰 변화를 체감할 순 없지만, 언론계에선 A씨처럼 부정적인 여파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기자협회보가 인터뷰한 전직 제평위 위원(언론계 인사) 3명과 언론사 디지털부서장 3명 모두 제평위 공백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당장 제평위 활동 중단으로 타격을 입은 곳은 포털뉴스 입점을 기다려온 매체들이다. 제평위는 매년 두 차례 입점 심사를 진행했는데, 이를 시행할 주체가 사라진 탓이다. 현직 언론인인 B 전직 제평위원은 “포털뉴스 정책 변화는 언론 진흥이 목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제평위 중단으로 입점 기회 자체가 없어지면서 다양성 측면에서 언론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도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뉴스 소비의 상당 부분이 포털을 통해 이뤄지는 국내 언론 환경에서 제평위 심사 중단은 정확하고 신속한 뉴스를 국민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언론 매체의 신규 진입을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높은 제휴 단계인 뉴스콘텐츠 입점을 준비해온 한 매체의 고위 관계자는 “포털 입점은 회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네이버와 카카오에 심사가 언제 재개될지 문의해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한다. 절박한 상황인 만큼 일정만이라도 공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평위가 맡아온 제재 심사의 부재도 우려를 낳는다. 제평위는 사무국이 제휴매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했다. 제평위 체제가 심사 공정성, 위원 전문성, 운영 폐쇄성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7년을 유지해온 데는 어뷰징(반복 전송) 같은 저질 기사를 줄였다는 성과가 작용했다. 하지만 앞으로 제평위 미운영상태에서 실질적인 제재가 무력화되면 포털뉴스 생태계가 과거처럼 혼탁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대형 매체의 C 디지털부서장은 “언론사도 생존하려면 돈벌이가 중요하지 않나. 아무래도 제평위가 있을 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감시가 느슨해지면 (어뷰징 기사나 광고성 기사로 수익을 올리는) 유혹을 쉽게 벗어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신문사의 디지털부문 D 간부도 “제재기구로서 제평위가 사라진 이후의 풍경이 두렵다”며 “포털뉴스 환경이 예전처럼 혼탁해져서 이용자들이 더 이상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명분이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네이버 뉴스 관계자는 “부정행위 모니터링은 중단 없이 계속할 것”이라며 “개별 언론사와 맺은 뉴스제휴약관에 따라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3회 이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즉시 계약해지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일시적인 대처로 변동 가능성이 존재한다. 결국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유지하는 한 내부적으로든 외부의 참여가 있든 제평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E 전직 제평위원은 “포털에서 늘 일어나는 부적절한 행위를 누군가는 제지해야 뉴스 이용자들에게 갈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포털과 제휴하고 싶은 언론사들이 줄 서 있는 상황에서 어떤 곳을 받아들일지 판단하는 역할도 필요하다”며 “꼭 제평위일 필요는 없지만 대안 없이 갑자기 사라져 당황스럽다. 제평위보다 더 나은 시스템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직 제평위원들과 언론사 디지털부서장 대부분은 제평위 없는 과도기가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제평위 활동 중단을 부른 국민의힘의 연이은 포털 비판이 총선용 길들이기라는 인식이 퍼져있어서다. 신문사의 디지털부문 D 간부는 “정치권은 포털이 모든 걸 잘못한 것처럼 언론판을 흔들고 있다. 언론도 동조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총선 때까지 포털은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매체의 F 디지털부장은 1년여로 예상되는 과도기에 언론사들이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뉴스정책과 환경을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F 부장은 “앞으로 제평위 체제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갑자기 전면 아웃링크 시대가 될 수도 있다. 언론사들은 포털 밖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는데 준비된 곳이 얼마나 있을까”라며 “이제 본격적으로 뉴스 이용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길과 언론사 브랜딩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 생존이 달렸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