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부 분신 방조 의혹' 보도 1주일, 후속기사 없는 조선일보

[취재·정보 입수 경위 질의에도 침묵]
닷컴 첫 보도 후 신문 종합면 게재
독자 제공 아닌 검찰 자료일 경우
언론윤리 위반이란 지적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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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간부가 동료의 극단적 선택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의 후폭풍이 거세다. 건설노조 등은 “명백한 허위”이자 “고의적 사건 왜곡”이라고 비판하며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담당 부장 등을 22일 경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최초 보도 후 1주일이 지나도록(23일 기준) 후속 기사나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6일 조선닷컴 기사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에서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지난 1일 분신을 시도할 당시 노조 상급자인 A씨가 이를 말리지 않고 지켜만 봤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온라인 대응 자회사인 조선NS 소속 기자가 작성한 기사였다. 이 기사는 당일 네이버에서 조선일보 기사 중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음 날 조선일보는 같은 기사를 분량만 줄여 10면 종합면에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란 제목으로 실었다. 부제는 ‘불 끄는 대신 몸 돌려 휴대폰 조작…신고도 안 해’였다.

조선일보가 지난 17일 10면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란 제하의 기사에서 근거로 제시한 사진. ‘독자 제공’으로 돼 있으나 검찰에서 제공했을 거라는 게 건설노조 측 주장이다.


의혹의 핵심 근거는 출처가 ‘독자 제공’으로 돼 있는 CCTV 추정 화면과 목격자 진술 등이다. 조선에 따르면 목격자 B씨는 “(A씨가) 멀리 갔다가 조금 뒤부터 갑자기 오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고, C씨는 “양씨가 분신 직전에 A씨 앞에서 시너를 뿌리는 걸 똑똑히 봤다”고 했다. 그러나 건설노조의 주장과 경찰 등 취재를 종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 18일 경향신문 보도로는 A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양씨의 몸에 휘발성 물질이 뿌려져 있었고, 분신 시도를 말리라는 노조 지부장의 전화를 A씨가 받는 사이 양씨가 몸에 불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조선은 A씨가 “불을 끄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다가 뒤늦게 안타까워한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또한, 조선은 기사 끝에 “(양씨 사망 뒤) 민노총 홈페이지에 올라온 조문 안내 속 계좌의 명의자는 ‘전국건설노조’”이며 “양씨의 실명과 얼굴을 드러낸 포스터, 현수막 등을 제작해 대정부 투쟁을 시작했다”고 전해 민주노총이 동료의 죽음을 정치적·수익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읽히게 했다. 이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선의 보도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라고 쓴 것과도 상통한다.


기사의 핵심 근거인 정보의 입수 경위 등 취재 과정을 두고도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건설노조는 조선이 초 단위로 분석해 쓴 현장 영상을 춘천지검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건물 외부를 촬영하는 CCTV 화면으로 특정하며 검찰이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목격자 진술 내용이나 양씨의 마지막 행적에 관한 부분 역시 경찰로부터 흘러나왔을 개연성이 크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만일 검찰 등이 제공한 자료를 일반 독자에게 받은 것처럼 보도했다면 언론윤리 위반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자협회보는 취재 경위에 대한 보충 설명과 후속 보도 계획 등을 묻기 위해 기사를 쓴 최훈민 조선NS 기자와 장상진 조선NS 대표, 선우정 조선일보 편집국장 등에 연락을 취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23일 성명을 내고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가 최소한의 취재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한 기사임을 인정하고 그 작성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조선일보의 자회사(조선뉴스프레스)에서 내는 월간조선이 지난 18일 양씨의 유서 위조 및 대필 의혹까지 제기하자 19일 성명에서 “기사 작성자의 의심 외에 아무런 객관적 근거나 물증도 없이 혐오를 조장하는 조선일보 집단의 행위를 저널리즘 원칙에서 일탈한 반언론행위로 규정하며, 기사 삭제와 공식적인 대국민사과를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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