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평위 7년 만에 중단… 사실상 해체 수순
[운영위 "회의 30분 전 일방 통보"]
당정 '포털 때리기' 기조 맞물려
일각 "어뷰징·광고성 기사 우려"
포털뉴스 전담 새 기구 출범해도
네이버·카카오 별도 운영 가능성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 심사를 담당해온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출범 7년 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공식적인 발표는 ‘잠정 중단’이지만 두 포털이 함께 운영하는 방식의 제평위는 사실상 해체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제평위가 국내 언론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만큼 활동 중단이 만들 파장에 이목이 쏠린다.
제평위 사무국은 22일 “제평위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제평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제휴·제재 심사를 위해 지난 2015년 설립한 자율기구다. 매년 상·하반기 뉴스 입점 심사를 진행했고, 제휴매체 대상으로 제재 심사를 해왔다. 사무국은 “네이버와 카카오 각 사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제휴 모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제평위 외 새로운 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활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양대 포털은 제평위가 활동을 중단하는 동안 공청회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뉴스 서비스의 대안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전담하는 새 기구가 나오더라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별도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23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뉴스제휴 문제로 네이버와 협의하거나 같이 자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제평위 모델 종료에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다.
사무국이 활동 중단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당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선 제평위 운영위원회(운영위)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제평위는 올 초 참여단체를 기존 15곳에서 18곳으로 늘려 18명의 운영위를 구성, 오는 7월로 계획했던 제평위2.0 출범을 준비했다. 그러나 운영위는 지난 3월 첫 만남에 이어 두 번째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운영위원은 “일방적으로 활동 중단을 통보받았다. 회의 개최 30분 전쯤에 사무국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와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했다”며 “회의에 네이버와 카카오 임원들이 왔고, 운영위원들이 절차적 부당성을 지적하는 와중에 활동 중단 보도자료가 나갔다. 일방적인 결정에 반발하며 퇴장한 위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제평위 활동 중단은 최근 격화한 정부여당의 ‘포털 때리기’ 기조와 맞물렸다. 포털을 겨냥한 정치인들 발언에 이어 포털과 제평위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들이 발의됐다. 지난달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제평위와 비슷한 역할의 기구를 법제화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포털의 손익 현황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윤 의원은 22일 포털을 언론사로 규정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내놨다. 정부 차원에서 포털의 사회적 역할을 정립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기구도 잇달아 나온 상태다.
최근 네이버의 뉴스 아웃링크 논란과 뉴스제휴약관 불공정 조항 이슈도 활동 중단에 불을 지핀 셈이 됐다.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에 아웃링크(언론사 사이트로 연결) 도입을 예고했다가 언론사 반발에 부딪혀 무기한 연기했다. 뉴스제휴약관 역시 언론사의 권한을 침해하는 조항이 발견되면서 전면 수정해야 했다. 일련의 실책이 네이버를 포함한 포털에 부정적인 여론을 강화했다. 언론계 한 인사는 “특히 반발이 컸던 약관 문제가 활동 중단에 결정적이지 않았나 싶다”며 “포털 안에서 제평위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운영을 이어가려던 사람들이 동력을 잃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평위가 활동을 멈추면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 심사도 중단된다. 입점을 준비해온 언론사들은 기약 없이 심사 재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평위는 입점 매체들을 대상으로 여러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도 해왔는데, 이를 의결할 주체가 사라진 상태여서 정상적인 업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포털이 언론사 간 개별 계약에 따라 주의를 요구하거나, 네이버의 경우 저품질 기사에 ‘NG(Not good) 팩터’를 적용해 광고수익을 삭감할 수도 있다.
대형 신문사의 디지털부서장은 “그동안 제평위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갑자기 활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포털이 언론사를 상대로 어느 수준까지 제재할지가 관건이다. 포털 뉴스에서 어뷰징이나 광고성 기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며 “이미 입점한 매체들은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포털이 새 정책이나 기구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혼돈의 상태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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