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면직 속도… "공영방송 장악 가동"

언론현업단체, 규탄 기자회견
한상혁 위원장 "위법하고 위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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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 대상으로 삼은 정부가 23일 한 위원장의 소명을 듣는 청문을 진행하는 등 면직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면직을 제청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방통위원장직은 박탈된다. 한 위원장은 면직 처분이 확정되면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취소 소송도 낼 계획이다.


인사혁신처 청문이 진행된 이날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조 등 4개 언론현업단체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면직 배경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방통위원장 면직 기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조 등 4개 언론현업단체는 2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면직 절차 착수는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정치적인 탄압이자 미디어 공론장을 정부·여당의 통제하에 복속시키고자 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라며 규탄했다. /박지은 기자


4개 언론현업단체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설치 및 운영 법률’에 따라 방통위원을 면직할 수 있는 조건은 형사재판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라며 “방통위 장악을 시작으로 공영방송 인사와 보도에 대한 개입과 통제 수순으로 이어질 낡은 작태를 중단하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윤석열 정권은 방통위를 장악하기 위해 수개월 간의 대대적인 감사, 검찰을 동원한 압수수색,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그리고 검찰 기소를 빌미로 한 면직 기도에 이르기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방통위를 장악해 KBS 이사장과 이사들을 해임하고,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이사들을 해임해서 친여 성향의 이사진으로 재편한 뒤 KBS와 MBC 사장을 교체하겠다는 뻔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장은 “현업 언론인들이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법치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정부는 한 위원장이 법을 위반한 의심이 있다며 형사 재판에 넘기고 이를 근거로 한 위원장을 면직시키려 하고 있는데 방통위 설치법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헌법과 법률의 기본적 상식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윤석열 정권의 1년은 MBC 탄압의 역사이고 더 나아가 공영방송 탄압의 역사였다”며 “방통위원장 면직 절차를 시작으로 현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가동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일 검찰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한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하자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 절차에 돌입했다.


인사혁신처가 방통위에 보낸 면직 처분 사전 통지서에 따르면, 정부는 면직 사유로 한 위원장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행위, 위계 공무집행방해 행위, 허위공문서작성 행위 등으로 형사 기소됐다는 사실과 이로 인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 성실 의무, 친절·공정 의무 위반 등을 꼽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정부의 면직 절차와 관련해 “위법하고 위헌적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2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면직 처분에 이를 정도의 명백한 위법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이라는 이유로 보장된 임기를 박탈하려 한다면 방통위의 독립성, 방송의 자유 등 대한민국이 지켜나가야 할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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