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중재 절차 필요 없이 직접 싸움을 걸고 보도 건마다 소송을 걸면 충분히 언론사를 흔들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거다.” 대구시를 출입하는 방송사 A 기자는 대구MBC 취재를 원천 봉쇄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언론대응 방식을 지켜보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법 절차를 누구보다 잘 아는 법률가 출신인 홍 시장이 법보다 주먹을 쓰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언론을 대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이 건에 대해 기자실 내부에선 뒤에서만 얘기하지 아무도 기사를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이 당초 공약한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홍 시장이 대구MBC에 대해 취재 거부 지시를 내린 지 20여일이 흘렀지만 대구경북 언론계는 잠잠한 분위기다. 그동안 대구MBC 기자들은 시청 출입이 막히고 일선 소방서 취재까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홍 시장 취임 후 비판 언론에 대해 본보기 삼는 경우가 처음은 아니라고 대구시 출입기자들은 말한다. 이전에도 홍 시장은 대구시정을 비판한 한 신문사에 한동안 대구시 광고를 끊고, 또 다른 언론사와 매년 맺었던 협찬 사업 계약을 취소하는 등 재정적 압박을 넣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신문사 B 기자는 “솔직히 말해 지자체 광고에 타격을 입을까 싶어 다들 선뜻 나서기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 경제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민간 광고는 거의 없어 언론사들은 지자체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마저도 광고 예산을 삭감하는 기조라 파이가 줄어들다보니 다들 동조하다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제일 크다”고 토로했다.
“대구나 경북도에서 광고가 빠지면 언론사 대부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시정이나 도정 비판 보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신문사 C 기자는 “일부 동료 기자들 사이에선 혹시나 기사가 문제가 되진 않을까 싶어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홍 시장 취임 이후 대구시청 기자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사실”이라며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일선 기자들까지 패널티를 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홍 시장이 누구 말 듣는 스타일도 아니고 언론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지 무력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경남도지사 시절 MBC경남 보도를 문제 삼아 취재를 거부하고, 자유한국당 대표 땐 MBN 취재진에 당사 출입 금지와 취재 및 시청 거부 조치를 취했던 홍 시장의 행보를 보면 대구MBC에 대한 취재 거부 조치가 앞으로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A 기자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취재 거부 조치를 끝내지 않겠다고 홍 시장이 공개적으로 얘기도 했다”며 “애초에 선례들이 있어서 취재 거부가 1년 정도 갈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문제는 언제든 홍 시장이 또 다른 비판 언론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방송사 D 기자는 “반론 보도나 정정 보도 요청 없이 그냥 힘으로 눌러도 생각보다 잠잠하니 홍 시장이 보기엔 이대로 괜찮겠구나 생각이 들 수도 있겠고, 자신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홍 시장이 소셜 미디어라는 자신만의 대응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도 여러 고민이 드는 지점”이라며 “언론이라고 콕 짚진 않지만 시민들에게 매번 지역 내 기득권 얘길 하곤 한다. 홍 시장 본인이 언론을 그렇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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