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면직 착수… 한상혁, 행정소송 나서나

  • 페이스북
  • 트위치

대통령실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면직 절차에 돌입했다. TV조선 재승인 심사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한 위원장에게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적용, 면직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반면 민주언론시민연합 중심의 언론단체들은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원장을 기소만으로 면직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임기 두 달을 남겨둔 한 위원장의 거취는 정치적 논쟁에 휩싸였을 뿐 아니라 새로 꾸려질 방통위의 독립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자유언론실천재단, 한국PD연합회 등 21개 단체는 16일 대통령실 앞에서 '위헌적 방송통신위원장 강제해임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기소를 이유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면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방송·통신의 공적 책임 강화를 위해 설립된 독립기구 방통위 이어 공영방송이 무너지면 공공성과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정부가 한 위원장의 면직 절차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지난 10일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지난 2일 검찰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한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한 지 일주일만이다. 인사혁신처는 한 위원장에 대한 청문 절차 개시를 알리는 등기를 발송했고, 이는 10일 방통위에 접수됐다. 정부는 오는 23일 열릴 청문회에서 한 위원장의 소명을 듣고 면직 여부를 결정한다. 인사혁신처가 면직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면 처분이 확정된다.

23일 청문회서 위원장 소명 청취 후 결정… 대통령 재가 땐 면직 확정

검찰 기소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던 한 위원장은 정부가 면직 절차에 돌입하자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KBS는 지난 11일 “한 위원장은 KBS 취재진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면직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면직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도 마다하지 않겠단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이 면직을 강행하면, 한 위원장이 법적 대응에 나서더라도 방통위원장은 공석이 된다. 위원장을 포함한 방통위 상임위원 총원 5명 가운데 3명만 남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몫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의 임명을 대통령실이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위원장 자리가 직무대행으로 운영되더라도 파행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에선 검찰 기소와 맞물려 진행된 정부의 면직 절차에 비판이 크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다. 지난해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의혹이 떠오르면서 감사원과 검찰이 한 위원장을 겨냥해 무리하게 움직인다는 시선이 많았다. 검찰은 지난 2일 이 사건의 수사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에서 “한 위원장 주도로 TV조선 평가점수를 누설·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 한 위원장이 ‘주도했다’거나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은 없다.

공소장엔 당시 TV조선 기준점 넘자 ‘미치겠네’ 등 한 위원장 발언 담겨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북부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한 위원장의 공소장을 보면, 한 위원장은 2020년 심사 당시 TV조선이 재승인 기준점을 넘었다는 보고를 받자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반응을 접한 방통위 직원들이 한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해 집계 결과를 바꿨다는 게 주요 혐의 내용이다.


검찰 주장에 기반한 기소만으로 방통위원장을 면직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의심을 사고 있다. 특히 정부는 한 위원장의 면직 근거로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위반을 내세웠는데, 야권의 법률 해석과 상충한다. 정무직 공무원이자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 상임위원에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16일 입장을 내어 “방통위원장은 방통위법에 따라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 국회 탄핵소추 발의 대상”이라며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의 장을 기소만으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해임·면직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방통위원장 면직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해 본격 대응에 나섰다. 실제 해임이 이뤄지면 윤 대통령과 인사혁신처 등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21개 단체는 16일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무리하게 면직 절차를 밀어붙이는 덴 한 위원장 교체 이후 빠르게 방통위를 장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영방송 임원 인사권을 휘둘러 친정권 지배구조로 개편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며 “방통위에 이어 공영방송이 무너지면 공공성과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달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