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내세운 혁신안, TBS 살릴 수 있을까

'전 대표 체제·김어준 결별' 열중
시급한 추경 확보하겠다는 구상
서울시의회 설득까지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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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추가 예산 지원이 간절한 TBS가 자체 혁신안을 잇달아 발표하며 ‘전임 대표 체제와의 결별’, ‘김어준 지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서울시를 설득해 당장 시급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확보하겠단 구상인데, 예산안 의결권을 가진 서울시의회 설득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TBS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빚은 편향성 논란에 대한 자체 반성과 혁신 방안을 담은 ‘공영성 강화를 위한 TBS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핵심 내용은 ‘방송 출연 제한 심의위원회’ 신설이다. 논란이 있는 진행자나 출연자의 방송 출연을 제한하는 조치다. 출연 제한 대상엔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 등을 훼손하는 언행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법정 제재를 받은 경우도 포함된다고 TBS측은 설명했다. ‘제2의 김어준’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존폐 기로에 놓인 TBS를 살리고 시민참여형 지역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TBS 시민 조례 운동이 시민사회 차원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TBS지킴이위원회 주도로 지난 11일과 12일, 16일 서울 강남, 상암, 여의도 등지에서 ‘TBS 주민조례운동 집중캠페인’이 전개됐다. /박주민 의원실 제공

앞서 지난 2일엔 부서장 인사발령을 발표하며 “공정과 균형을 최우선의 가치에 둔 인사”라고 밝혔다. 이강택 전 대표이사 시절 선임된 부서장을 모두 교체하고, 30~40대 실·본부장으로 새 진용을 꾸렸다.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TBS는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직·간접적인 부서장들이 모두 보직 해임되면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 인사라고 자평했다.

TBS는 이 같은 혁신안 등을 서울시와 협의하며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서울시 출연금이 전년 대비 88억원(27.5%) 줄어 방송 제작비는커녕 인건비 지급도 빠듯한 상황에서 추경이 없으면 당장 7월부터는 인건비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태익 대표이사는 “현재 TBS가 당면한 위기는 TBS가 원팀이 되어야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실제로 지난해 11월 ‘TBS 조례 폐지 조례안’ 처리를 전후해 다양한 갈래로 터져 나왔던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일단 회사를 살리고 봐야 해서다.

다수 노조인 TBS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어 “혁신안에 TBS가 시민을 위한 공적 책무를 다하는 공영방송 TBS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TBS 400여 구성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행복한 일터가 될 수 있는 해법들이 담긴다면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도 16일 입장을 내 방송 출연 제한 심의위원회 신설에 대해 “제안의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다만 심의위 도입이 본래의 취지를 왜곡해 제작 자율성과 편성권 침해 도구로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제도의 설계와 운영에 있어 종사자들의 동등한 참여와 투명성 또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TBS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공공성 회복을 위해 그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추경 반영과 시의회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혁신안을 갖고 서울시를 설득하더라도 최종 관문인 서울시의회를 넘어서야 하는데, 시의회 쪽 분위기는 서울시보다 냉담하다. 추경 뒤엔 서울시의 예산 지원 근거를 되살릴 새 조례안 통과란 산이 남아있다. 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제안한 TBS 주민조례 제정 운동에 참여하며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집중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시장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TBS의 독립성과 자율성, 재원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민주당 서울시당 TBS 지킴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서울시민이 참여하는 TBS를 만들어 또다시 지원폐지 압박으로 TBS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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