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지금까지 5·18은 알리기 위한 투쟁이었다. 40년 넘게 왜곡하는 세력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세력 간 역사전쟁의 중심에 언론인들이 있다. 5·18의 상징적 인물인 윤상원 열사가 시민군 대변인이었다는 걸 돌아본다.”
김철원 광주MBC 취재팀장은 지난 11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박물관 강의실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민주화항쟁에 대한 왜곡이나 오해를 없애 기억의 전승이 잘 이뤄지게 하는 게 지역 언론인으로서 제 역할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며 이 같이 밝혔다. 10년차 기자였던 2013년부터 현재까지 책과 리포트, 스토리펀딩을 비롯해 5·18 관련 다큐멘터리만 7편을 만든 그다. 김 팀장은 “불의에 저항하고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던 어머니, 아버지, 형, 누나가 ‘홍어택배’, ‘북한군 침투설’ 등으로 상처 입는 걸 참기 힘든 마음이 동력이었던 것 같다”며 5·18에 대한 자신의 소명의식을 드러냈다.
이날 강의는 5·18민주화운동 43돌을 맞아 광주전남기자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 주관으로 지난 11~13일 진행된 ‘민주역사기행’의 일환이었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해 산하 인천경기, 대전세종충남, 충북, 대구경북, 경남울산, 전북, 부산, 제주 등 전국 기자협회 회원 40여명이 참석해 강연을 듣고 5·18 역사 왜곡·폄훼 문제를 토론했다.
첫 강의에서 박진우 5·18기념재단 오월학교 부장은 항쟁 전반에 대한 개괄과 시민·언론의 투쟁기 등을 소개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안 된 상태서 피해배상, 명예회복, 기념사업 등이 이뤄진” 한계, 여전한 역사왜곡 현실을 지적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5·18”의 현재를 전했다. 더불어 ‘세월호 가족 위로’, ‘코로나19 발발 시 대구 확진자 수용 및 치료에 나선 병상 연대’처럼 특정 지역의 민주화운동을 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지속 알려져야 하고 보전돼야 하는” 공감과 연대의 투쟁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설명했다. 맹대환 광주전남기자협회장은 “역사를 기록하는 전국 기자들에게 5·18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5·18전국화에도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강연 중심 첫날과 달리 지난 12일 일정은 5·18 사적지 답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전 국립5·18민주묘지, 망월동 옛 묘역을 찾아 합동 참배를 하고 민주 열사들의 넋을 기렸다. 오후엔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남아 있는 전일빌딩245,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을 둘러봤다. 강연과 현장 방문은 그 자체로 의미 있었지만 기자들에겐 앞으로 민주화운동 보도를 어떻게 할지 고민도 남겼다. 40돌을 넘긴 5·18은 ‘전두환 손자’의 방문, ‘계엄군 특전사 동지회’의 참배 등 과정에서 주요 관련 단체 간 이견을 경험했고, 특정 시기나 지역을 넘어선 전국 이벤트로 변모하며 기존과 다른 양상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올해 행사엔 젊은 기자들이 다수 참여하며 향후 관련 보도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을 남겼다는 의미가 있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2020년 기자들이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왜곡되지 않은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취지의 ‘역사 바로알기’ 운동 차원에서 광주전남 5·18, 제주 4·3, 대구 2·28, 경남마산 3·15 등 현대사의 아픔을 지닌 4개 지역 기자협회와 맺은 MOU가 마침내 결실을 맺고 정착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난히 젊은 기자들이 많이 왔고 5·18국립묘역엔 처음 와본 기자들도 있던데 이들이 제대로 현장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듯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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