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신뢰성을 이야기할 때 비영리독립언론이 대안처럼 이야기되곤 한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을 표방한다’는 독립언론은 언론이 지향해야 할 모습처럼 보인다. 독립언론 기자는 세상을 바꾸는 데에 더 기여할 수 있는 기사를 씀으로써 높은 직업 효용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현재 존재하는 독립언론의 모습을 보자. 비마이너가 바로 그 독립언론이다. 2010년 1월 만들어진 비마이너는 현재 기자 세 명(편집장 포함)에 운영담당자 한 명이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달하는 네 명의 인건비와 사무실 월세를 온전히 독자 후원금으로 마련하기까지 꼬박 14년이 걸렸다.
비마이너에서 일하며 가장 필요했던 것은 도전하고 실패하며 성장하는 시간 그 자체였다. 그 시간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돈이 있을 때야 가능하다. 사람 한 명 채용하는 데 월 250만원이 든다는 것은 ‘월 1만원 후원자 250명을 조직해야 한다’는 말과 동일했다. 취재하고 기사 쓰고 편집하며 일상적으로 재정 고민까지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미래를 고민하고 싶지만, 어제 일에 발목 잡히고 오늘을 살아내는 것도 피로했다.
한국 언론에서 모범적 독립언론으로 뉴스타파를 많이 소개한다. 뉴스타파는 취재방식을 포함한 보도 내용, 언론계 지형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까지, 모든 것이 훌륭하다. 그럼에도 뉴스타파를 보편적 사례로 소개하는 것에 경계하게 된다. 탄생의 독특성 때문이다. 주류언론사에서 해직된 기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뉴스타파는 설립 때부터 어느 정도의 문화 자본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는 독립언론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극소수일 것이다.
반면, 비마이너는 장애인 운동 현장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기존 주류언론의 장애 보도에 한계를 느낀 장애인 활동가들이 어떠한 자본도 없이 맨바닥에서 만든 곳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마이너가 언론사로서 인정받고 자리 잡기까지는 최소 5~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쓰리고 막막한 시간이었다.
그 사이 비마이너는 나름 중요한 보도도 했지만, 그것은 소리소문없이 묻혔다. 보도 파급력이 있기 위해선 해당 사안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사회 여론이 있어야 하나, 우리 사회에서 장애는 주요 이슈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회 공론장에도 유리천장이 있는” 것이다.
물론 기자 실력도 중요하다. 주류언론에 있다가 나온 이들에게는 기존 문법과 단절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기자 경험이 없는 초년생의 경우 해당 사안을 익히고 기자로서의 경험을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떠한 경우든 전문성을 가진 기자 한 명을 길러내기 위해선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오늘날 한국 언론의 지형 속에서 독립언론은 단 한 번의 실패와 머뭇거림 없이 멋지게 성공해야 한다. 혹은 기존 주류언론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이 있어야 한다. 둘 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설령 시작한다 한들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내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그 시간을 버틸 돈이었고, 미래를 도모할 동료였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 둘을 갖기까지 14년이 걸렸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언론자유지수가 전년보다 4단계 떨어진 47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환상 속 독립언론을 좇기보다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는 독립언론에 현직 기자들이 월 5000원씩이라도 지갑을 열어줬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비마이너, 뉴스민, 참세상 말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덜 막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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