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 달 동안 공석이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후임을 임명했으나 방통위 파행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 후보의 임명을 40일 넘게 보류하고 있고,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면직도 검토 중이다. 사실상 대통령 결정으로 재편될 방통위 여야 구도에 이목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신임 방통위 상임위원에 이상인 변호사를 지명했다. 지난달 5일 퇴임한 김창룡 전 위원(대통령 지명 몫)의 후임이다. 이 위원은 대통령 지명 이튿날인 4일 방통위에 출근해 3년 임기를 시작했다. 판사 출신인 이 위원은 2005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2009~2015년 KBS 이사를 지냈다.
이날 인선으로 방통위 구도는 여권 2명(이상인·김효재)과 야권 2명(한상혁·김현)으로 재편됐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모두 5명으로,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여당이 1명, 야당은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한상혁 위원장의 임기는 7월31일, 김현 위원(과거 여당·민주당 추천)과 김효재 위원(과거 야당·국민의힘 추천)의 임기는 8월23일까지다.
대통령 몫 인선은 이뤄졌지만 지난 3월30일 퇴임한 안형환 전 상임위원 자리(야권 추천 몫)는 지금껏 비어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안 전 위원 후임으로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 추천안을 의결했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전력과 과거 이력 등을 문제 삼아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13일 법제처에 최 전 의원의 상임위원 결격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방통위법에 명시된 상임위원 결격 사유 중 하나는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 종사자’이다. 최 전 의원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민간 정보산업 단체인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서 상근부회장을 지냈다. 해당 이력이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지 법률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법제처의 판단이 늦어지면서 상임위원 공백도 길어지고 있다. 김현 방통위원은 지난 4일 입장을 내고 “박근혜 정부 법제처는 방통위 법령해석 요청에 6일 만에 회신했다”며 “법제처는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법령해석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사건에 관여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 지난 2일 재판에 넘겨진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임기 보전이 위태로운 상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 연합뉴스, 중앙일보, KBS, MBC 등과의 통화에서 한 위원장의 면직과 직무 정지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방통위법 제8조 ‘(상임위원은)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 등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면직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한 위원장에게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면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임기가 보장된 정무직 공무원의 거취를 기소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언론계에선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시그널로 바라본다.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온 한 위원장은 임기를 완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9일 성명을 발표해 “임기가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방통위원장을 쫓아내려는 의도는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에 대한 실질적 임명권한을 가진 위원장을 교체해 방송을 장악한 후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에 유리한 보도를 생산해내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방송의 정치 도구화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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