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사건에 관여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2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경섭)는 2020년 상반기 방통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TV조선 점수가 감점된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사 당시 TV조선은 재승인 기준점(650점)보다 높은 점수(653.39점)를 받았으나 일부 심사위원이 중점심사 항목 점수를 감점해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9월부터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 3월24일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이창열 서울북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피의자의 자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속영장 기각 한 달 만에 기소 결론을 내놓은 검찰은 한 위원장이 이 사건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에서 “한 위원장 주도로 방통위 관계자 및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장 등이 계획적·조직적으로 TV조선 재승인을 불허하기 위해 평가점수를 누설·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내세운 한 위원장의 혐의 사실은 △편향성을 이유로 심사위원 추천단체에서 제외됐던 시민단체(민주언론시민연합)를 추천단체에 포함 △이미 심사위원에서 탈락해 자격이 없는 해당 시민단체 소속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정 △TV조선이 재승인 점수를 획득하자 하급자인 방통위 국장 A씨 등에게 불만을 표시해 점수 감점에 영향 등이다.
검찰은 “한 위원장의 의사에 따라 방통위 국장 등은 심사위원장에게 공무상 비밀인 TV조선 채점 결과를 누설해 평가점수를 낮추도록 요청했고, 심사위원 두 명은 평가가 이미 종료됐음에도 특정평가 항목의 점수를 낮춰 과락으로 조작했다”며 “한 위원장은 일련의 점수 누설과 조작을 수차례에 걸쳐 보고받아 명확히 알면서도 이를 승인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은폐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TV조선 평가점수 집계 결과를 심사위원장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 방통위 소속 A국장과 B과장은 지난 1~2월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심사위원장 C교수도 평가점수를 심사위원 두 명에게 알려주며 점수 조작을 제안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해당 심사위원들은 한 위원장과 함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 3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당일 자신의 SNS에 입장을 내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 위원장은 “적극적 점수 조작 사실은 결코 보고받은 바 없다”며 “언론에서 계속 제기됐던 의혹의 핵심인 조작지시 혐의는 영장 청구 원인이 되는 범죄혐의에 언급도 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검찰 수사가 사건에 직접 관여한 인물들의 전원 기소로 마무리되면서 한 위원장을 향한 사퇴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해왔고,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더 큰 목소리를 내왔다. 거센 압박에도 한 위원장은 오는 7월 임기를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현재 한 위원장을 포함한 방통위 상임위원 5명 가운데 지난달까지 2명이 임기를 끝내고 퇴임한 상태다. 여야가 상임위원 후보 추천권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대통령실도 임명을 미루면서 방통위는 비정상적인 3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검찰의 방통위 수사를 비판해온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검찰은 한 위원장이 재승인 과정에서 부당하게 고의감점을 지시한 것인 양 주장해왔지만 정작 핵심 혐의(점수 조작 지시)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기소를 강행한 것은 이를 계기로 방통위원장 축출에 나서려는 윤석열 정권의 의도에 발맞추기 위한 수순일 뿐”이라며 “윤석열 정권-집권여당-검찰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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