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간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12년 만에 이뤄진 우리 정상의 국빈 방문을 미국 측은 극진히 예우했다. 의장대 사열, 국빈 만찬, 상하원 합동 연설 등 가는 곳마다 대통령 부부는 뜨거운 환영과 환대를 받았다. 이런 환대가 우리 국민이 바라는 국익 증진에도 도움이 됐을까. 여기에 대해선 적지 않은 언론들이 물음표를 보내고 있다. 비단 진보 성향의 언론만이 아니다. 보수지로 분류되는 신문들조차 이번 방미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귀국 후 윤 대통령이 받아든 숙제와 후폭풍에 대한 냉정한 조언도 잇따랐다.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사설을 통해 이번 방미 성과와 한계에 대한 언론의 평가를 살펴봤다.
우선 이번 국빈 방문의 결과로 한미동맹이 이전보다 격상됐다는 데엔 이견이 거의 없었다. 정부가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로 꼽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을 통해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북핵 위협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안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다. 중앙일보는 “워싱턴 선언은 의미가 크지만,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충분한 안전판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특히 ‘핵무장론’을 지지해왔던 조선일보가 볼멘소리를 냈다. 조선은 지난달 27일 사설에서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 협의 그룹 창설을, 한국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 포기와 맞바꾼 모양이 됐다”면서 “북한이 우리를 핵으로 공격하겠다고 거의 매일 공언하는 상황에서 주권국가가 국민을 지킬 수단에 대해 모호하게 처리하지 않고 명시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경제 분야 성과에 대해선 아쉽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이번 방미에 대해 전반적으로 후한 평가를 한 서울신문조차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기업의 최대 관심사인 반도체·전기차 분야 혜택에 대한 성과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8일 사설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 기업 우려는 해소하지 못하고, 중국을 겨냥한 미국 경제안보 체제에 한 발 더 편입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미국 방문에 앞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초래할 문제 발언들을 쏟아내며 미국 편을 들어줬지만, 그 대가로 얻은 게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지들은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 독소조항을 손보는 것”(매일경제)이라며 “향후 세부 방안 마련과 협상 과정에서 우리 국민과 기업의 우려를 씻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한국경제)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동아는 1일 사설에서 “첨단산업·바이오·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50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도 실질적 성과물로 보기엔 아직은 이르다”면서 “‘말의 성찬’을 넘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는 앞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도 줄곧 냉정한 톤을 유지했다. 방미 직전 윤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내용이 논란이 됐을 땐 “매사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며 외교 현장에까지 그런 시각을 투영한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를 나무라며 “외교적 언행만큼은 무겁고도 무거워야 한다”고 했고, 워싱턴 선언이 “사실상의 핵 공유”란 대통령실의 설명을 미국이 단박에 부인하자 “괜히 성과를 부풀리려다 있는 성과마저 깎아내리는 셈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16분 길이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국빈 방미 성과를 공유했다. 하지만 한미동맹이 강화된 만큼 그에 따른 반작용이 만만치 않을 거란 우려도 있다.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의 ‘미국 일변도 외교’ 노선”을 가리켜 “미국이 핵전략 무기를 더 많이 전개하면 북한을 자극해 중국과의 밀착 강화 등 역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쪽으로만 질주하는 외교에 균형을 맞출 안전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도 1일 사설에서 “자유에 기반한 가치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엄혹한 국제관계에서 중·러의 반발을 관리해야 한다는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고 했다.
방미 성과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야당 등의 초당적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중앙일보가 “윤 대통령과 여당은 과장 없이 순방 결과를 국민에 상세히 설명, 설득해 내부 이해를 구하는 데 애써야 한다”고 조언한 이유다. 조선일보도 1일 “방미 기간 상대국의 공감을 이끌어낸 소통 노력을 국내 정치에서도 발휘해야 한다”면서 “야당을 만나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것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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