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을 포함한 경북 북부지역에는 맥도날드 매장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햄버거 글로벌 프랜차이즈점의 원조 격인 맥도날드가 없어서 경북 북부 지역민 50만명이 겪는 불편함은 생각보다 큽니다. 특히, 직장 때문에 안동으로 이주해 올 수밖에 없었던 대도시 출신의 청년들이 그렇습니다. 편의점만큼이나 흔했던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으로 출근길 허기를 달랬고 젊은 맞벌이 부부는 아이들에게 해피밀 세트 장난감을 사주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평범한 소비를 경북 북부에서 할 수 없는 배경에는 ‘인구’가 있습니다.
◇맥도날드 먹으러, 구미로 원정 떠나
지역민들은 맥도날드나 써브웨이를 먹으러 가장 가까운 구미로 원정을 간다고 했습니다. 구미의 써브웨이를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찾는 이를 세어 보니 2분에 1명꼴로 모두 30여명이 찾았는데, 대다수가 20~40대 여성이었습니다. 매장이 위치한 구미 송정동에는 20~40대 여성 비율이 40%에 육박할뿐더러 인근에는 기업 1700여개 사가 있는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합니다. 이에 비해, 안동은 시민의 평균 연령이 48.9세로 구미보다 8.2세 더 많고 대규모 산단도 없습니다.
취재진은 맥도날드 본사로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안동에 입점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본사 측은 “입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확한 시점을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맥도날드를 포함한 유명 글로벌 프랜차이즈점 가맹을 시도한 이들을 수소문해 봤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여러 명의 사업자들은 ‘안동시가 인구 30만명 이상이 안 돼서 거절당했다’, ‘청년이 없어서 허가해 주지 않는다’며 경험담을 털어놨습니다. 맥도날드가 없는 지역의 현실은 인구 소멸과 맞닿아 있음을 확인한 셈입니다.
맥도날드가 없다는 건, 햄버거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 이상을 의미합니다. 맥도날드가 가진 상징성 때문입니다. 부동산 구입 전, 맥도날드 입점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말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맥세권’, 맥도날드를 걸어서 사 먹으러 갈 수 있는 아파트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맥도날드는 정주 환경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자, 부동산 투자의 기본 요건이기도 합니다.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인 안동과 경북 북부지역을 맥도날드 측에서도 투자할 가치가 낮다고 보고 입점을 미루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인구 소멸 지자체, 청년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안동MBC의 이번 취재는 지역 커뮤니티에 수시로 올라오는 “맥도날드, 써브웨이 언제 입점하냐”는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의 푸념으로 지나칠 수 있는 말이지만, 지역 소멸을 겪는 지자체의 행정가라면 결코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청년 유입이 절실한 지역일수록 젊은 세대가 원하는 도시 인프라가 무엇인지는 파악해야 효과적인 인구 정책을 펼칠 수 있습니다. 안동MBC가 <맥도날드로 본 지역 소멸>을 제작한 의도에도 지역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지역 소멸 관련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주길 바라는 기대가 들어 있습니다. 지금의 경북의 자치단체는 주소를 이전한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등 청년 유입 정책을 내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는 게을러 보입니다.
안동MBC가 지난 3월7일 보도한 <맥도날드로 본 지역 소멸> 기사는 안동MBC 유튜브에서 24만명(5월1일 기준)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1363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안동 시민뿐만 아니라 전북 남원, 강원 철원과 고성 등 다른 인구 소멸 위기 지역민들 댓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안동MBC는 인구 소멸이란 이슈에 다른 언론사보다 좀 더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지정한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 경북 북부의 8곳이 들어 있습니다. 신도시가 들어선 예천을 제외하면, 안동MBC의 시청권역 전부가 소멸지역인 겁니다. 경북 북부에 위치한 유일한 지상파 언론사이기도 한 점은 우리의 책임을 더욱 막중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맥도날드로 본 지역 소멸> 기사를 시작으로, 안동MBC는 소멸 위기 지역민의 목소리가 소수로 취급되지 않도록 언론의 본분을 다하고자 합니다. 소멸 중인 우리네 지역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부지런히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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