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관점서 본 4·3과 5·18… 두 지역 MBC '하나의 리포트'

제주·광주MBC 협업 보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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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두 지역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한 리포트가 지역 방송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제주MBC와 광주MBC의 기자가 하나의 리포트를 각각 ‘열고 닫는’ 방식으로 공동 제작한 취재물이었다. 거창한 기획 보도는 아니었지만, “이런 콜라보(협업)는 지역 MBC 역사상 처음”이라며 다른 지역 MBC 기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협업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 그 뉴스 제작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직선거리로 약 200km 떨어진 제주와 광주를 하나로 연결한 건 바로 ‘국가폭력’이란 키워드였다. 제주시 교육지원청과 광주광역시 동부교육지원청은 제주 4·3과 광주 5·18을 통해 민주·인권·평화·연대의 가치를 나누는 상호 지역 교류 학습프로그램 ‘빛탐인(비타민)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7일엔 4·3 희생자 유족인 명예교사가 두 지역의 8개 초등학교, 30개 학급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4·3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달 7일, 제주MBC 기자가 리포트를 ‘열고’(사진 위) 광주MBC 기자가 ‘닫는’ 방식으로 공동 제작한 리포트가 양사의 ‘뉴스데스크’를 통해 동시 보도됐다.


멀리 떨어진 두 지역에서 온라인 연결로 동시에 진행되는 수업. 취재 계획을 세우던 제주MBC 기자는 두 지역의 교육 현장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에 잠겼다. 그런데 제주MBC와 광주MBC엔 국가폭력이란 키워드로 연결된 두 사람이 있었다. 권혁태 제주MBC 보도국장 직무대리, 그리고 광주MBC의 뉴스팀장 김철원 기자. 각각 4·3과 5·18을 오랜 시간 깊이 취재해온, 지역 안팎에서 명성이 자자한 이들이다. 권 국장이 먼저 SOS를 쳤다. “(광주에서) 이런 걸 하는데 도와줄 수 있어요?” 김 기자가 바로 답했다. “그러지 말고 같이 콜라보 하시죠.” 그렇게 바로 두 데스크와 각 사의 취재기자까지 4명이 함께 하는 단톡방이 만들어졌고, 단순 촬영 협조로 끝날 수 있었던 계획이 공동제작이란 전례 없는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취재를 맡은 이소현 제주MBC 기자와 임지은 광주MBC 기자는 전화와 카카오톡으로 취재 내용을 공유하면서 기사 구성은 물론 촬영 구도와 화면 전환 방식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함께 논의했다. 이소현 기자는 “2013년에 입사했는데 이런 시도는 처음이라 저에게도 소중한 경험이었다”면서 “광주의 기자가 후배인데 원래 교류는 없었지만 콜라보로 취재하다 보니 서로 고민하는 것들과 지역 현안에 관해서도 얘기 나누고 의견 교류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광주와 여수, 목포 MBC 3사는 ‘인구절벽’과 ‘기후위기’ 등을 주제로 지난달부터 공동 취재·보도를 하고 있고, 지난해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선거비 미반환 정치인 추적’ 보도처럼 서울MBC가 키(key)사가 되어 지역 MBC와 협업한 사례도 있지만, 이번처럼 권역이 전혀 다른 지역 MBC들끼리 뉴스를 공동 제작한 전례는 없었다고 한다. 김철원 기자는 제주와 광주가 국가폭력 피해 지역이라는 공통점 외에 권혁태 국장 등과의 “신뢰 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에서 5·18 교육할 때 마찬가지로 제주랑 콜라보 뉴스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다”며 “대구에도 2·28 민주운동 기념일이 있고, 광주와 대구가 ‘달빛동맹’을 맺어 소통과 교류를 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광주MBC와 대구MBC가 콜라보 뉴스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권혁태 국장도 “지역이 가진 공동의 문제 등을 발굴해 지역의 데스크들이 같이 고민해서 공동의 아이템을 만들어보고도 싶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노조 지부장 등을 하면서 MBC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네트워크의 힘이란 걸 몸으로 많이 느꼈다”면서 “그게(협업이) 저희가 가야 할 미래라고도 생각한다. 파편화돼서 가면 지역 MBC가 힘을 갖기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을 갖기도 힘들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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