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하되 애정·해결책도… 지역언론이 보여야 할 취재 방식"

[2023 세계기자대회] 콘퍼런스 세선① 지역발전과 언론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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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발전의 초석으로 기대되었던 지역 뉴스는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국내 지역 언론의 얘기가 아니다. 태국 영자신문 ‘방콕 포스트’의 포라멧 탕사타폰 기자가 자국의 지역 언론과 보도 현실에 대해 “정부의 언론 통제가 심하고, 뉴스 편집자들이 지역 내 참사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등 공익 추구보다 클릭 수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한 말이다.


25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50개국 70여명의 언론인들이 참석한 ‘2023 세계기자대회’가 개막한 가운데 ‘지역발전과 언론의 과제’를 주제로 지역과 언론의 공생 발전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성겸 충남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콘퍼런스에서 기자들은 지역 언론의 역할을 논의하고, 각국의 사례를 공유했다.

‘2023 세계기자대회(WJC)’가 2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막식을 진행하고 5박6일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사진은 ‘지역발전과 언론의 과제’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1에 참석한 국내외 기자 모습. (왼쪽부터)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맹대환 기자(광주전남기자협회장), 태국 ‘방콕 포스트’ 포라메 탱사티폰 기자, 스페인 ‘엘 파이스’ 파블로 레온 기자, 시에라리온 ‘SLBC’ 모하메드 아스뮤 바 기자, 부산일보 김준용·이상배 기자, 좌장을 맡은 충남대 조성겸 명예교수.


이날 콘퍼런스에선 한국 대표로 김준용·이상배 부산일보 기자가 발제를 맡아 <산복빨래방>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산복빨래방은 지난해 5월 부산일보 기자들이 부산 산복도로 한복판 호천마을에 무료 빨래방을 열어 6개월 간 주민들의 사연을 듣고, 기사와 영상으로 기록한 콘텐츠다. 김준용 기자는 “소소한 공간을 만들어 지역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지역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도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 제2, 제3의 산복빨래방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빨래방’이라는 참신한 소재에 관심을 가지며 여러 국가의 기자들은 산복빨래방 취재 과정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호주 일간지 ‘디 에이지’의 맥스 월든 기자는 “빨래방을 오픈하기까지 많은 자원이 소모됐을 텐데 회사에 어떻게 설득했는지”를 물었다. 딜런 카터 유럽 기자협회 벨기에 부회장은 “취재원과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보도하는 부분도 필요한데 주민들의 정서적인 이야기에만 치중해 보도에 임한 것 같다”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이상배 기자는 “빨래방을 차리기까지 회사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역 언론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데스크의 의지가 무엇보다 강했고, 저희도 언론의 브랜드와 지역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계속 설명했다”고 답했다. 또 “산복도로는 한국전쟁, 산업화 시기 등 부산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라며 “그분들 속에 품고 있던 과거 이야기를 듣는 게 위주였다. 일반적인 기자와 취재원으로서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신뢰와 진심이 통해야 하는 관계였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에라리온, 태국, 스페인 기자들의 자국 지역 뉴스 사례 발표에선 주로 지역 언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 공유됐다. 시에라리온 공영방송인 시에라리온 방송(SLBC)의 모하메드 아스뮤 바 미디어 및 홍보담당 이사는 “SLBC 각 지역 방송국들이 당면한 문제는 본사에서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해 자원 제약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최신 방송 장비가 부족해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고 결국 방송 시스템 디지털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의 경우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지역 언론이 뉴스를 제대로 보도할 수 없는 환경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라멧 탕사타폰 기자는 태국 남부 지역 언론사인 와타니 뉴스가 지난달 13일 남부 반란 사건을 생방송으로 방송하자 경찰이 편집자와 기자에게 영장을 발부한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삶에 밀접한 보도는 국제적 영향력이 있는 뉴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스페인 ‘엘 파이스’의 파블로 레온 기자는 “바르셀로나의 인구 집중, 서울의 거주 문제, 파리의 교통 시위 등은 지역 고유의 사정으로 보이지만, 전 세계 여러 지역에 존재하는 문제”라며 “모두 지역 뉴스지만, 국제적인 성질을 떼놓고 볼 수는 없다. 글로컬뉴스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대환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부장(광주전남기자협회 회장)은 “지역 언론이 보여야 할 취재 방식은 비판을 하되 지역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어야 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광주·전남 언론은 지역 상생발전에 대한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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