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이 뜨겁다. 대통령실 등 정부·여당이 쏘아 올린 화살에 KBS는 해명자료를 내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방어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신료 분리징수는 곧 방송법이 명시한 수신료 납부의무를 무력화하는 것이며, 이는 곧 공영방송 제도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때 무너지는 것은 KBS만이 아니다. 수신료를 받는 또 다른 주체인 EBS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타격이 클 거란 점에서 위기감이 상당하다.
물론 EBS가 받는 수신료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월 2500원의 수신료에서 EBS는 약 2.8%인 70원을 받는다. 지난해 EBS의 수신료 수입은 194억원. 한전이 가져간 위탁 수수료 465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EBS 전체 재원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EBS는 수신료가 공영방송 EBS를 떠받치는 주요 재원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에서 보듯 EBS는 KBS만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수신료 액수 산정 및 분배 등 전 과정에서 EBS는 KBS의 결정에 종속되는 수동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분리징수 논란에 대해서도 “공영방송사로서 EBS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시청자에 필요성을 제시하는 방향”이 현재 EBS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입장이다. 지난 3일 대대적인 봄 개편을 단행하며 “수신료,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박유준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장은 “수신료는 공적 책무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전제한 뒤 “분리징수 하면 당연히 줄게 될 것이고, 안 그래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마저도 받지 못하는 상황들은 공적 책무 수행에 불합리한 조처라고 생각한다”면서 “처음엔 KBS 길들이기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 같아서 같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