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작은창자로 만든 순대… "그릇 바닥까지 마시고 싶어"

[기슐랭 가이드] 서울 북창동 농민백암순대

‘한강 이남 최고의 순댓국’ 혹은 ‘서울 순댓국의 왕’. ‘농민백암순대’를 칭하는 말이다. 서울 밖에도 어떤 맛집이 더 있을지 모르니, 후자 쪽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화려한 수식어를 받을 만큼 맛으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순댓국을 맑은 쪽, 눅진한 쪽 두 계열로 나눠본다면 농민백암은 중간에서 약간 눅진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최고의 순댓국으로 불릴 만큼 국물이나 고기에서 잡내가 거의 없다. 잡내 없이 고소한 국물은 건강 생각하지 않고 그릇 바닥까지 마시고 싶어진다.


순대는 당면만 넣은 근본 없는 찰순대가 아니다. 식당 이름처럼 백암순대다. 일반적인 백암순대는 돼지의 작은창자만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 식당에서도 고기와 야채가 섞인 정석적인 모습이다. 고기도 매우 부드럽다. 국물 맛도 좋지만 수육이나 순대 맛도 빠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레벨의 순댓국이다.


이곳의 장점은 또 있다. 퀄리티 컨트롤(QC)이 대단해서 맛이 오락가락하지 않는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직원 동선도 최적화가 돼 있다. 기다린 시간이 무색하게 들어가면 식사를 금방 받을 수 있다.


다만 맛이 그토록 좋아도 자주 갈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줄이 길어도 너무 길다. 농민백암순대는 기자들이 자주 가는 지역 세 곳에 지점이 있다. 본점은 선릉에 있고, 프레스센터가 가까운 북창동, 마지막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있다.


선릉에서는 줄 서기를 포기하자. 언제 들어갈지 알 수 없다.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노려볼 곳은 여의도와 북창동인데, 경험상 피크 타임을 제외하면 여의도가 가장 낫긴 했다. 회사가 가까워 자주 가는 북창동은 영업하기 전인 11시부터 줄 서 있거나, 아니면 점심시간 이후인 1시 반 이후에 가는 게 좋다. 그렇다 해도 줄 서는 건 필수라 얼른 달려가 이름판에 이름부터 써야 한다. 식사 시간을 놓쳤다면 오히려 좋아, 1시 이후라면 눅진한 순댓국 한 그릇 추천한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김태현 일요신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