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전국 지자체장 관용차 보고서

[제390회 이달의 기자상]
남재현 MBC 기획탐사취재팀 기자 / 기획보도 방송부문

남재현 MBC 기자

기획의 출발은 예산 검증이었습니다. 지출 규모로 한 해 800조원대의 재정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지방정부가 씁니다. 적잖은 돈입니다. 보통 예산은 숫자로만 접하게 되는데 어떻게 쓰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쓰는 100만원이나 군수가 쓰는 100만원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입니다. 하지만 두 돈을 다르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은 감시가 소홀합니다. 보기에 따라 별것 아닌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지자체장 ‘집무실 예산’에 이어 ‘관용차 예산’을 주의 깊게 본 건 금액을 떠나 지자체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선되면 으레 새 고급차를 사고, 마음껏 새 차를 빌려 탑니다. 임기 4년에 수억원을 쓰는 지자체장도 있습니다. 손님맞이용 의전차를 마치 내 차처럼, 1억원짜리 전기차는 지하 주차장에 세워만 놓고 있었습니다.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는 지자체장은 전국에 1명뿐입니다. 시정 철학이 다른 걸, 실행에 옮긴 사람도 1명뿐이라는 얘기입니다.


달라진 건 담당 직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시민 눈높이가 높아진 걸 새삼 느낀다고 했습니다. 보도 이후 제도를 정비하거나 조례와 규칙을 수정하겠다는 지자체도 많아졌습니다. 한 직원은 공매 사이트에 관용차 매물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했습니다.


불필요한 관용차를 줄이고, 목적에 맞지 않은 차량을 처분하고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 변명을 하거나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면 이제 행정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취재진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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