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서울로 가는 지역 암 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제390회 이달의 기자상]
박준용 한겨레 사회정책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박준용 한겨레 기자

어쩌면 서울 몇몇 공간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고민을 더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평일 오전 수서역 앞. 그곳 풍경은 지역 의료 불평등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섭니다. 지역에서 SRT 고속열차를 타고 온 서울로 치료를 받으러 온 암 환자와 보호자들이지요. 수도권 대형병원 앞 원룸·고시텔 등 소위 ‘환자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중증 환자와 가족이 그곳에 있습니다. 소아암·희귀질환 등 지역에 담당 의사가 없어 치료가 힘들거나, 지역 병원을 신뢰하지 않는 환자들이 그곳에서 높은 주거비 부담을 감내하며 지냅니다.


역과 병원 앞. 이곳을 바쁘게 오가는 많은 서울 사람들은 오히려 이 공간에 담긴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너무 익숙하니까요. 저 또한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우연한 계기에 대형병원 인근에서 나눠주는 ‘환자방’ 전단지를 보게 됐고 이 문제를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4개월 가까이 취재한 수십 명의 상경 치료 환자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지금도 취재했던 암 환우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병원으로 가야할까요?”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업로드됩니다. 암의 경우 우리가 기대 수명(83.5살)까지 살면 3명 중 1명이 겪게 되는데, 어디에서나 잘 치료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져가는 셈이죠. 이런 믿음을 되살리기 위해선 국가가 지역 의료 자원 확충과 환자에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울 공화국’이 외면한 지역 환자들의 마음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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