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사옥 이전 반년… 프레스센터 재건축 제자리걸음
[서울 측 "코바코가 안 움직이니까…"]
내부 "이럴거면 사옥 왜 옮겼나요"
1년내 재건축 승인 계획 어려워져
기재부 "경영행위는 개입 안 한다"
코바코 측 "입주사 등 의견 구해야"
서울신문이 사옥(한국프레스센터) 재건축을 이유로 사무실을 이전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재건축 추진은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로라면 애초 호언했던 “1년 이내 재건축 승인 절차 시작” 계획도 지키기 어려워 서울신문의 ‘우면동 살이’는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9월 프레스센터 재건축 등을 공약으로 사장에 선출된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은 지난해 6월 “사옥 재건축 추진은 더 이상 미룰 사안이 아니”라며 재건축을 공식화하고 이를 전제로 사옥 이전을 추진했다. 김상열 회장도 직접 기자들과 만나 재건축과 사옥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곽 사장은 노동조합과의 간담회에서 “1년 이내에 재건축 승인 절차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완공까지 총 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재건축 승인은커녕 세부 일정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의 ‘선택적 판단’이라며 우면동 호반파크로 사무실을 옮기는 일부터 강행했다. 기자들의 집단 성명 등 반발에도 “재건축기간 동안 잠깐 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4개월여 만인 지난해 10월 초 사옥 이전을 완료했다.
사무실 이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재건축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말 30여층 규모의 신사옥 조감도까지 나오면서 재건축을 실행 단계로 옮기는 듯했으나, 이후 진전된 것은 없다. 재건축 계획이 사내에 공식화 된 지난해 5~6월경의 상황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52대 48로 프레스센터 지분을 나눠 가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의 협상이나 적극적 동의도 여전히 전제되지 않은, 서울신문 일방의 희망 사항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서울신문 사측은 코바코가 적극적이지 않아 답보 상태라며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 건설 경기가 안 좋은 만큼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호정 서울신문 상무(경영본부장)는 “경제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며 밑그림을 그리면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설계도나 자금조달 문제도 고민하면서 인허가를 밟아나가면 되는데 코바코가 안 움직이니까”라면서 “앉아서 기다릴 순 없으니 첫걸음이라도 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코바코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렇게 3사가 만나 협상을 해왔고, 재건축 필요성과 어떤 용도, 목적으로 지을 건지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런데 이 ‘협상’에 대한 코바코측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우선 협상이라고 할 만한 논의 자리도 거의 없었다는 게 코바코측의 입장이다.
코바코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재건축에 대해 “원론적 차원의 반대는 아니”라면서도 “입주사(단체), 직원, 주주들의 의견을 구하는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돼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그런 작업을 우리가 진행하기 어려우니 서울신문에서 해주실 것을 요청했다. 이게 전제되지 않는 한 (재건축 논의는)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2대 주주인 기획재정부는 재건축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경영행위에 개입 않는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재부가 100% 지분을 가진 코바코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서울신문 내부에선 “재건축 계획이 유턴하는 것 아니냐”, “이럴 거면 사무실을 왜 옮겼냐” 하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재건축 계획이 보류된다 해도 서울신문이 다시 프레스센터로 복귀하긴 힘들어 보인다. 기존에 서울신문 임원실이 있던 9층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대부분 임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옥 이전 이후 서울신문 취재 부서 기자들은 대부분 출입처 기자실이나 프레스센터 9층으로 출퇴근하고 호반파크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한 중견 간부는 “기자들은 없고 부장들만 있어 썰렁하다. 수용소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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