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법원서 제동 걸릴까

29일 영장실질심사
한상혁 위원장 "조작지시 혐의, 영장 범죄혐의에 언급도 안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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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의혹’과 관련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6월 감사원의 방통위 감사로 떠오른 의혹이 검찰 수사를 거쳐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지자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방통위가 정부 입김으로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경섭)는 지난 24일 “방통위의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등 사건과 관련해 한 위원장에 대해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22일 한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지 이틀 만이다.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검찰은 24일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심문은 29일 오후 2시 열린다. /뉴시스


방통위를 뒤흔들고 있는 이 의혹은 2020년 방통위가 실시한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불거졌다. 당시 TV조선은 재승인 기준점(650점)보다 높은 점수(653.39)를 받았지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공적책임·공정성 등 중점심사 항목에서 0.85점 차이로 과락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이 TV조선의 해당 항목 점수를 고의로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6월 감사원이 방통위 감사에 나선 데 이어 그해 9월부턴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검찰은 한 위원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포함해 방통위를 네 차례 압수수색했다. 당시 재승인 심사를 담당했던 방통위 국장과 과장, 심사위원장은 구속기소 된 상태다.


검찰은 한 위원장에게 직권남용과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TV조선에 비판적인 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 인사를 재승인 심사 위원으로 선임(직권남용) △TV조선 심사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보고받았으면서도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게 미공지(공무집행방해) △TV조선은 재승인 기준점인 650점을 넘어 4년의 승인기간 부여가 가능한데도 3년을 부여하도록 안건 작성 지시(직권남용) △심사 결과가 조작됐는데도 이를 부인하는 취지의 허위 보도설명자료 작성(허위공문서작성) 등 4가지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24일 한 위원장은 SNS에 혐의 내용을 전면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사안별로 보면 △심사위원회 구성 후 일정 변경으로 불참을 통보한 민언련 추천 심사위원을 대체하기 위해 민언련 출신이자 언론관련학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추천된 적 있는 인사를 후보로 명단에 올리고 상임위원들에게 개별 통보 과정을 거쳐 선임 △TV조선 점수 조작을 보고받은 적 없음 △재승인 심사 기본계획 해석상 조건부 재승인의 경우 3년의 승인기간 부여가 법리상 가능하고 최종 결정은 방통위 전체회의 토론을 거쳐 의결 △심사 결과 보도설명자료는 허위 문서가 아님 등으로 자신이 받는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언론에서 계속 제기됐던 의혹의 핵심인 조작지시 혐의는 영장 청구 원인이 되는 범죄혐의에 언급도 되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는 말할 수 없이 억울하고 법률가(변호사) 입장에서는 어쩌면 황당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모든 힘을 다해 제 개인의 무고함 뿐만 아니라 참기 어려운 고초를 겪고 있는 방통위 전체 직원들의 무고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방통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한 위원장은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여권은 한 위원장을 향해 중도 사퇴를 요구해왔다.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한 위원장은 그동안 물러날 뜻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도 한 위원장은 뻔뻔하게 임기를 운운하며 ‘편파 심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성준 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눈엣가시인 한 위원장을 쫓아내기 위해 기어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며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방송장악 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7일 논평을 내고 “검찰은 TV조선 점수가 변경된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하지만 반대로 검찰의 방통위 수사도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며 “방통위의 공정한 업무 집행을 위한 수사라면 그 사법절차는 더욱 방통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했다.


민언련은 24일 “방통위원장은 공영방송 대표 및 이사진 선임권을 가지고 있는 자리로 방통위원장에게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총선 이전 공영방송을 권력에 순치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29일 오전 9시까지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위한 탄원서에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 한 위원장의 구속 여부는 29일 오후 2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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