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매경, 지면 판갈이 줄이고 야근자 최소화

[디지털 전환·비용절감 목적 등 맞물려]
동아, 마지막 지면제작 밤 9시 마감
매경, 4월부터 판갈이 2번으로 축소

조선노조 "우리도 마감 더 앞당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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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이 지면 ‘판갈이’ 횟수를 줄이고 기자들의 야근 시스템을 효율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3월 들어 밤 11시까지 이어지던 지면 제작공정을 두 시간 당기고 최소 인원만 편집국을 지키도록 하는 변화를 최근 앞서 시행하고 나섰다. 디지털 전환, 주 40시간제,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몇 년 새 상당 신문사가 추진해오던 흐름이 대형 신문사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매일경제신문은 오는 4월1일을 목표로 신문 개판 횟수를 줄이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가장 먼저 만드는 가판(초판), 특수 상황 발생 시 제작하는 돌판(17.5판)을 제외해도 통상 15·16·17판(오후 7시30분부터 두 시간 간격) 등 세 번 판을 만들었는데, 이를 두 번으로 바꾸고 최소 한 번까지 줄이는 방향이다. 디지털 드라이브로 늘어난 조직 업무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부서별 취재기자들이 회사로 들어와 저녁 방송뉴스를 지켜보며 대기하는’ 야근 방식을 개선하려는 목표가 주되다.


매일경제 관계자는 개판 축소에 대해 “디지털 뉴스유통의 중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스마트한 근무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이고 더 많은 기자들의 시간과 노력을 좋은 콘텐츠 생산에 투입하기 위한 것”이라 답했다. 이어 “현재 기자들의 근무형태와 시간은 종이에 인쇄해 뉴스를 전하던 시절에 근거했는데 정보통신 인프라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뉴스 콘텐츠를 작성해 오디언스에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신문사, 기자실 출퇴근을 따질 이유가 없다”며 “관성적으로 해오던 일 중 없앨 수 있는 건 없애고 오리지널 콘텐츠 등 본업에 집중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지난 2일 동아일보는 밤 11시쯤 나오는 45판 인쇄·배달을 아예 없앤다고 구성원에게 공지하며 업무방식 변화를 먼저 시행한 바 있다. 지면 제작 마지막 공정을 밤 9시, 40판 인쇄로 바꾸면서 편집국 전반의 퇴근시간이 두 시간 앞당겨졌다. 기존 밤 9시10분 편집국장 주재 편집회의가 사라지며 주요 부장, 편집자를 포함해 수십명이 남아 늦은 밤까지 야근하는 형태가 사라짐에 따라 이젠 밤 9시가 넘으면 야근부장 1명을 포함해 9명만 남아 편집국을 지킨다. 도입 배경엔 ‘방송에 나온 보도 한 줄을 지면에 반영하려고 야근을 하기보다 취재원을 만나거나 가정을 돌보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있었다. 기자들을 야근시키며 유지되는 지면 품질보다 휴식·재충전 보장을 통한 콘텐츠 전반의 품질, 조직과 업무에 대한 만족도 향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판갈이를 반복하며 지면 품질을 높여온 그간 관행 대신, 최초 가판(5판)부터 완성도를 최대한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내부에선 ‘지면 품질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다수를 이룬다.


지난 7~8년 새 주요 신문사들은 지면보다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는 행보로, 주 40시간제 도입 후 ‘워라밸’ 보장과 포괄임금제를 개선한 맥락에서, 신문산업 전반의 위기 가운데 비용절감 차원에서 판갈이 횟수를 줄이고 야근자를 최소화하는 노선을 이어왔다. 예컨대 중앙일보의 경우 10판(가판)은 인쇄본을 내지 않고 밤 8시가량 나오는 40판이 사실상 최종본이다. 밤 10시~10시30분 사이 43판을 찍지만 2015년 9월 디지털 전환 선언 후부턴 판을 바꾸려면 편집기자 등이 사유를 기록하게 하면서 최대한 판갈이를 지양한다. 한국일보는 기존 초판, 30판, 41판, 42판, 50판(돌판) 등을 냈지만 2020년 이후 개판 횟수를 줄이면서 오후 6시30분쯤 초판을 PDF로 내고, 밤 9시쯤 30·41판 합본, 밤 11시~11시30분쯤 42판 등 두 차례 지면을 내고 있다. 한겨레는 3판과 5판, 경향신문은 20판과 40판을 만들어 각각 밤 8시~9시, 밤 10시~11시 사이 두 번 인쇄한다.


언론사·부서별 차이는 있지만 이에 따라 신문사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정치부, 사회부 야근 기자들이 밤 10시30분~밤 11시30분까지 근무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편집국을 지키는 인력은 ‘10명 안팎’을 말하는 곳이 많아 야근자는 최소화된 상태다. 특히 한국경제신문에선 정치부, 사회부, 국제부 일부 인력을 제외하면 야근자를 거의 두지 않는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오후 6시30분 2판이 나오면 기자들이 퇴근토록 하고 있다. 오후 2시쯤 편집회의가 주요 데스크가 참여하는 지면 관련 마지막 회의(오후 6시30분 부문장 회의는 존재)이고, 자정까지 근무하는 취재파트 당직 인력도 데스크(부장과 차장 로테이션)와 주니어 기자 등 2인에 불과했다.(23일 오후 6시, 일부 부서의 야근 근무 상황 등에 대한 설명 추가함)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의 최근 행보는 상대적으로 발행부수가 많고 지면 의존도가 높은 신문사들에까지 이 흐름이 확대되는 경향을 드러낸다. 특히 조선일보 노동조합에서도 최근 동아일보 사례를 언급, “편집부를 제외하고도 매일 최소 30명 이상 남아 밤 11시까지” 지면을 제작하는 자사 현실에 개선을 요구하며 관심이 쏠린다. 조선노조는 지난 2·9일 노보에서 “야근을 없애고 저녁에 놀자는 게 아니라, 야근도 효율적으로 하고 일할 때 집중해 업무 전반의 능률을 끌어올리자는 것”, “데스크들도 오전부터 지면안을 좀 더 완성도 있게 올려주고 마감 시각을 당겼으면 좋겠다”는 조합원 의견을 전하며 “언론사가 하나같이 ‘온라인 강화’에 나서고 있고, 독자들 역시 인터넷으로 먼저 속보와 특종을 접하는 시대가 된 만큼 우리도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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