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스벅)는 기업이고 카페이고 문화 아이콘이다. 이에 대해 수많은 설명이 따르지만 우리 시대 가장 실질적이고 영향력 있게 다가오는 관점은 아마도 부동산으로서 스벅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스벅 생활권을 역세권에 빗댄 ‘스세권’이란 단어가 있다. 부동산 가치와 개인의 자산증식 측면에서 이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스벅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시대적 바람과 그리 멀지 않다. 늘 문제는 실현 가능성과 방법이지만 말이다.
전재욱 이데일리 기자와 김무연 문화일보 기자가 최근 펴낸 책 <나의 꿈 스타벅스 건물주>는 바로 이 답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경제서이자 투자서다. ‘스벅 건물주’가 되려면 일단 ‘건물주’가 돼야 하는데 가능한가. 두 기자는 지난 17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자산가가 스벅을 건물에 유치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자료겠지만 당장 건물주가 아니더라도 소용없진 않다. 주요 상권에 수백억원짜리 건물을 가진 스벅 건물주 말고 상가 한 층을 여러 명이 분양받아 유치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있었다. 관심만 있다면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써두려 했다”고 설명했다.
신간은 ‘부동산’을 핵심 키워드로 국내시장 스벅 전반을 자세히 살피는 첫 시도다. 브랜드, 경영전략에 대해 많은 평가가 있었던 반면 거의 공백에 가까웠던 영역이다. 그렇게 전국권역별 인구와 스벅 분포, 접근성이 좋은 지역, 지역별 매장 수와 평균 면적, 보증금과 임대료 현황 등이 제시됐고 아파트값과 매장 수의 상관관계, 유치 시 건물값이 오르는지 등도 확인했다. 스벅의 취향이나 DT(드라이브스루) 매장의 부상 같은 경향은 물론 입점 과정과 성공 사례까지 담았다. 모두 전수조사를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두 기자는 2021년 말 기준 영업 중인 스벅 총 1653개 매장 등기부등본 2454장을 전부 떼 분석했다. 이 비용만 200만원 가량이 들었다.
전 기자는 “저희가 쓴 건 스트레이트 기사다.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걸 처음 쓰는 희열이 있을 텐데 건드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봤다”면서 “다만 건드리고 싶은 거랑 건들 수 있냐는 건 다른데, 사기업이라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고 공개된 자료를 공략하자니 답은 등기부등본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우리가 다 안 한다고 누가 확인할 수 없지 않냐’는 얘기도 했는데 ‘끝까지 하자’고 다잡고 크로스체킹을 하며 자료 정교화에 애를 썼다”고 했다.
등기부등본에서 뽑아낸 매장 관련 숫자 정보가 아래를 탄탄히 받치며 큰 그림을 보여주고 ‘계약 노하우’, ‘투자 방법’, ‘건물주 정체’ 등 보다 실용적일 수 있는 정보·취재내용이 더해진 구성이다. 스벅이 건물주에 요구하는 ‘화장실이 더러우면 월세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특약, 청탁에 대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신분 노출을 꺼리고 불가피하게 밥을 같이 먹으면 ‘반드시 계산’하는 점포개발팀 이야기 등은 대표적이다. 처음 제안한 제목이 ‘스터벅스 건물주 되기’였을 만큼 투자서로서 지향은 확실하지만 책은 일반 대중에 ‘더 많은 정보와 선택지’를 주려는 목표 아래 놓인다.
전 기자는 “20년간 커피 프랜차이즈 중 1등을 놓친 적이 없고 부동산으로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면서도 입점 전략 등은 철저히 베일에 쌓여 있었기 때문에 공적인 정보 접근성 차원에서도 소비자, 대중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면서 “책을 통해 더 많은 임대인 풀이 형성되면 점포 확장 시 선택 폭이 늘어 스벅으로서도 나쁘지 않다. 정보가 제한되면 시장엔 비용이 끼고 소비자에게 전가되는데 거품이 없어지면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결국 확인하진 못했지만 애초 ‘사회고발성’ 기사를 염두에 두고 시작된 아이템이었다. 2021년 말 전 기자는 ‘특정인이 스벅 건물주를 다 해먹는 건 아닐까’ 확인해 보겠다고 발제했지만 일간지 현실상 포기했었다. 지난해 1월 책으로 쓰기로 하면서 김 기자에게 협업을 제안했고 출판사와 계약까지 금세 성사가 됐다. 2월 중순~4월 말 등기부등본을 모았고, 이후 평일 밤과 주말을 이용해 분석과 집필을 진행, 8월 말 탈고했다. 2012년 기자 일을 시작한 전 기자는 현재 이데일리 디지털콘텐츠부 콘텐츠2팀장으로, 2017년 이데일리에 입사했다가 지난해 4월 문화일보로 이직한 김 기자는 법조팀에서 일하고 있다. 공저엔 이직 전까지 세 부서를 함께 한 인연이 있었다.
혹시 스벅 건물주냐는 마지막 질문에 두 기자가 손사래를 쳤다. 김 기자는 “엄청 많이 들은 질문인데 아니다.(웃음) 저희도 스벅 건물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하는 사람들인데 같이 했으면 하는 고민을 담았다고 보면 되겠다”며 “변동성이 큰 시대 스벅은 안정적인 임차인이자 자산증식 수단으로서 개인들에 의미가 있다. 알려진 게 너무 없었는데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이 정도면 나도 투자해 볼 수 있잖아’ 하는 분들이 참고할 정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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