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스가 되어주세요"… 독립언론 뉴스민, 후원으로 재창간

관공서·상업성 광고 없이 10년 운영
독자 후원 1000명 기획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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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들뜬 마음으로 한 해 계획표를 채워 나가던 지난 1월 초. 대구경북 지역 독립언론 뉴스민에서도 한 해 두 차례 열리는 기획회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대표의 입에선 전혀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급여를 줄 수 있는 건 3월까지다. 규모를 줄여서 운영하거나, 해산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새해 벽두에 들을 법한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더는 미룰 수 없는 얘기이기도 했다. 창간 이래 뉴스민의 재정 상황은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뉴스민이 제2창간을 위한 후원의 밤 개최 소식을 알리며 제작한 웹자보. 이번 후원의 밤 행사 준비엔 동료 언론인들이 많은 힘을 보탰다.


그렇게 존폐의 기로에 서서, 뉴스민의 구성원들은 머리를 맞댔다. “가치를 포기하고, ‘자본, 권력과 함께하는 언론’이 될 것인가. 독립의 가치를 유지한 채 뉴스민의 간판을 내릴 것인가.” 결론은 하나였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간판을 내리자. 가치는 포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 뉴스민이 제2창간 운동과 함께 ‘독자 후원 1000명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이상원 편집장은 칼럼을 통해 호소했다. “뉴스민의 가치와 간판을 함께 지켜주십시오.” 천용길 대표도 이렇게 썼다. “아직 뉴스민의 역할과 소명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뉴스민은 대학 선후배였던 천용길과 이상원이 2012년 5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내걸고 창간한 매체다. “일편향적인 대구·경북에서 배제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매체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10년을 버텼다. 크고 작은 성과도 있었다. 2018년 민주언론시민연합 ‘올해의 좋은 보도상’으로 선정됐고, 2021년엔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주는 인권보도상에 이어 성유보 특별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난 10년은 대안언론 혹은 독립언론을 표방하는 매체의 냉혹한 현실을 실감한 시간이기도 했다. 관공서나 상업성 광고 없이 회원들의 후원회비와 작은 광고로 운영해온 뉴스민은 부족한 재원을 영상 콘텐츠 제작, 외부 강연과 방송 출연 수입 등으로 메워왔다. 2020년 전까지는 최저임금도 못 줄 정도였지만, 대표와 직원들이 다 학교 선후배 사이였고, 그래도 아직은 젊었기에 괜찮았다. 하지만 2021년 신입 공채에 이어 경력기자 등을 뽑으면서 전체 구성원이 6명으로 늘어나고, 코로나19 기간 나름 큰 보탬이 됐던 영상 중계 사업이 수요가 줄면서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스물여덟에 뉴스민을 창간, 어느덧 마흔을 목전에 둔 천 대표가 “경영실패”라 자책하는 이유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만, 광고라는 쉬운 길은 차마 선택할 수 없었다. 그러면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타사 동료 기자들이 먼저 제안한 것이 ‘후원의 밤’이었다.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의 대구경북 주재 기자들이 나서서 후원의 밤 장소를 섭외하고, 주변에 소문을 냈다. 그렇게 해서 1월 이후에만 후원자가 200명 이상 늘었다. 지난 9일 기준, 뉴민스(독자회원)는 670명 정도다. 9년째 복직 투쟁 중인 구미의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들이 후원자로 나서고, 뉴스타파의 최승호 PD 등도 후원 사실을 밝히며 동참을 제안했다. 이에 힘입어 뉴스민은 오는 31일 대구 중구의 한 호프집에서 ‘제2창간을 위한 후원의 밤’을 연다.


후원의 밤 행사를 하고 후원자 1000명이 모인다고 해서 재정이 확 필 리는 없다. 후원만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뉴스민은 콘텐츠 제작 대행이나 언론 활동 관련 용역 등 먹거리 사업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김보현 기자는 이 일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서울의 한 주간지에서 일하다 지난해 3월 뉴스민으로 이직한 김 기자는 “재정 위기의 주원인이 나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동안 괴로웠다. 그러다 주변에서 생각지 못했던 응원과 후원을 받고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뉴스민이 해고·복직 투쟁 9년을 취재해 온 아사히글라스 노조에서 후원을 결정하며 한 말이 컸다. 그들은 “뉴스민이 필요하다”고, “아직은 소멸해선 안 된다”고 했다.


천용길 대표에게 힘을 준 누군가는 말했다. “지역에서 이런 매체 하나 못 지키면 우리가 앞으로 사회 운동을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있겠나!” 천 대표는 지역을 바꾸고 살리는 운동에 관심이 많다. 최근 구미참여연대와 함께 박정희 숭모관 건립에 투입될 1000억원의 예산으로 구미 시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하는 ‘마이구미 1000억 희망씨앗’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도 그래서다. 이건 특정 이념이나 진영을 지지하고 비판하는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누구 편을 들어달라고 뉴스민을 후원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는 대신 이렇게 말한다. “저는 지역을 바꾸는 데 언론이 감시자로서 대안을 내놓고 독자들과 만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이 뉴스민을 후원해주고 계시고, 그런 분들이 운동을 같이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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