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SBS 사내게시판에 기구조직 개편과 임원인사를 알리는 글이 게시됐다. 구성원의 관심이 쏠린 건 ‘보도 및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이라는 직책이었다. 이전에 없던 SBS 보도본부와 대외협력실을 총괄하는 부사장직이었다. 간부를 포함해 거의 모든 구성원에게 사전 통보 없이 이뤄진 이례적인 조직개편에 SBS 내부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부사장직 신설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SBS는 조직개편을 통해 총괄 부사장 산하에 보도본부와 대외협력실을 편제했다. 신임 총괄 부사장엔 방문신 SBS문화재단 사무처장이 임명됐다. 방 부사장은 24일 열릴 SBS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방문신 부사장은 지난 3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부사장직 신설과 업무에 대해 “대외협력실에 ESG팀이 신설돼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는 것 등이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방송 산업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정책 수립과 대외 업무가 첫 번째 미션”이라며 “그동안 보도본부의 디지털 전환을 전사적으로 하고 있어 협업 등의 효율화가 또 다른 축”이라고 말했다.
또 방 부사장은 “사장의 업무 범위가 현재 너무 많은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기업들의 위기 경영 기조로 모든 언론사들의 경영 환경도 안 좋을 것”이라며 “사장은 경영 환경에 집중하고, 보도와 대외협력 업무는 부사장급이 맡으면 좋겠다는 사장의 제안이 나왔다”고 했다.
현재 SBS 최대 현안은 ‘자산 10조원 기업의 지상파 소유제한’ 완화로 알려진다. 방송법에 따라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기업은 지상파방송사의 지분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고, 규정 위반 시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지난해 4월 SBS 대주주인 태영은 자산총액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대선 국면 SBS는 주요 대선후보 캠프에 자산총액 10조원 소유제한 규제 완화 등 민영방송 정책과제가 담긴 ‘민영은 민영답게’ 문건을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지상파 지분 소유제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은 진전이 없다. 대주주로선 기존 박정훈 사장 체제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줘야 했고 동시에 대외협력 강화에 적극적인 인물이 필요했다는 내부 분석이 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부 경험이 풍부한 보도국장 출신을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도본부가 정부나 국회 등을 상대하는 대외협력실과 함께 부사장 아래로 들어가면서 보도국 기자들을 대주주 측 민원 해결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SBS 노조가 지난달 23일 성명을 내어 “기자들이 출입처에서 취재 대신 대주주 이익을 위해 민원해결사 역할을 해야 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라며 “보도 기능을 대외협력 업무에 동원, 활용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이유다.
이에 방문신 부사장은 지난 2일 사내게시판에 “예산, 인력, 보직 관리 등 기존 보도본부의 프로세스는 동일하지만 지속적인 생존 방식을 고민해보는 차원”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의 역할도 그대로 있을 것” 등의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게시했다.
보도 담당 대표이사를 따로 두고 있는 JTBC 사례가 이번 부사장직 신설에 참고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방 부사장도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JTBC를 언급하며 “SBS는 보도 전담 사장까지는 아니지만, 사장의 일부 권한이 부사장에게 위임됐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며 “보도국 출신이 보도 전담 경영인의 역할을 해주면 보도본부의 입장,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 부사장이 보도국 구성원에게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보도본부에 대한 사측의 간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SBS 한 구성원은 “사실 오너에 충성하는 사람이 왔다면 여론이 안 좋았을 텐데 지금 당장은 리더십에 문제가 없던 사람이라 보도 독립성에 대한 기대가 있긴 하다”면서도 “워낙 갑작스러운 인사라 도대체 회사가 무슨 생각인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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