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과 견줘 윤석열 정부의 언론대응은 검찰, 감찰 등을 통한 통제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민주화 이전 정권 시기로 회귀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언론학자의 평가가 나왔다. 언론 등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법치’를 오용하며 향후 언론-대통령 간 갈등 관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다. 언론·법조계에선 수사기관과 법원의 행태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대통령(실)이 언론의 의혹제기에 법적인 대응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입장을 내놔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7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 토론회(한국기자협회 주최) 발제에서 “역대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언론 통제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 시기 언론관리 정책은 검찰과 감찰, 사찰을 통한 언론 통제 시도란 점에서 권위주의 정권시기로 회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비판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에 대해 “일시적으로 언론자유 위축이 있을 수 있으나 언론의 대통령 권력감시 보도가 강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결국 해당 언론사와 대통령 간의 갈등 적대 관계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보복성 법적 조치는 (중략) 포용적 리더십을 포함하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의 크기를 협소하게 만들어 ‘쪼잔한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줘 역효과를 일으킨다”고도 했다.
‘법에 의한’ 윤 정부의 언론대응이 ‘법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자의적인 통치, 국가권력 제한을 목적으로 한 ‘법의 지배(rule of law)’가 ‘법치’인데, 현 정부는 “준법을 강조할 뿐 권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법을 이용하여” “언론 및 정치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한다는 점에서 애초와 동떨어진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란 것이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나타난 전제주의적 행동 징후 일부가 윤 대통령에게서도 나타나고 ‘사법적인 조치’가 이 리더십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날 토론회엔 윤 대통령과 주변 인물 등에 대한 보도 이후 ‘권위주의로 회귀’를 몸소 겪고 있는 기자들이 참석해 현 정부와 수사기관, 재판부의 행태에 우려도 내놨다. UPI뉴스의 경우 2021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황하영 동부산업 대표를 취재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들이 민·형사 소송을 겪고 있다. 최근 공동주거침입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은 5분 간격으로 사무실·대표이사실에 들어간 두 차례 중 ‘2번째 대표이사실’ 방문이 유죄라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송창섭 UPI뉴스 기자는 “경찰과 검찰이 대통령의 40년 지기까지 알아서 방어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선을 넘으면 이렇게 한다는 시범 케이스가 됐다고 본다”며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법원의 판단이다. 정권의 숨은 실세란 의혹이 나오고, 사적 채용 특혜 논란에 휩싸인 황 대표와 아들을 취재한 공익적인 목적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이 선례가 되면 앞으로 언론은 사전에 방문 약속한 곳에서만 취재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이나 기자가 용감하게 나서는 게 맞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가족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법률 비용은 개인과 회사에 부담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안 쓰거나 써도 타협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기자들은 지난해 3월 대통령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보도를 했다가 이 같은 주장을 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이 현직 언론인을 고발한 첫 사례였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는 “기관 고발이면 통상 언론사 대표, 편집국장 등 보도책임자를 고발하는데 이번엔 기자 개인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역린을 건드리면 가만 안두겠다는 시그널로 판단한다”며 “아직 고발장도 받지 못한 민간인(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에 대해 육군 방첩사령부가 25시간 넘게 압수수색을 하는 등 그야말로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언론 관련 소송을 다수 진행해 온 정민영 변호사는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의혹 제기에 사법적 관여가 최대한 자제될 필요가 있다는 대법원 판결의 일관된 흐름을 전하며 “혐의가 없어보여도 수사기관은 그냥 쳐낼 수 없으니 기자 동선,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압수수색 등 최대한 성의를 보이려고 하고 이 과정은 언론에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정치권력과 관련해선 법원이 계속 판결을 미루며 당사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기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망한 기대일 수 있지만 ‘언론의 의혹제기에 법적인 대응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입장을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적극 밝히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 같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