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준 MBC 사장 '차명주식 의혹' 넘을까

사내 게시판에 해명 글… 특감결과 나오기 전까진 내부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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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 MBC 사장이 취임 후 구성원들에게 전한 첫 메시지는 “송구하다”로 시작했다. 예상을 뛰어넘고 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취임 초기부터 주식 차명 소유 등 각종 의혹에 직면하며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안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해명 글을 올리는 등 직접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MBC 특별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당분간 내부가 뒤숭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MBC는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안형준 내정자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틀 전 방송문화진흥회가 최종 후보 2명을 공개 면접한 결과, 과반을 득표한 안형준 후보자를 사장으로 내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내정 직후 안 사장의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MBC 내외부로 번지기 시작했다.


MBC 소수 노조인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지난달 22일 “안 내정자가 수년 전 거액의 벤처기업 주식을 공짜로 받았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며 “제보는 이번 주 초 방문진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로 안 사장과 함께 올랐던 허태정 MBC 시사교양본부 국장도 다음날 사내 게시판에 “제보가 최종면접 전 방문진에 접수”됐고 “사실 확인이 가능한 시간이 있었”으며 “제보자가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진은 의혹을 규명하지 않은 채 최종면접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안 사장 측은 그러나 해당 의혹을 부인하며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드라마 PD 출신인 A씨는 22일 “문제가 된 주식은 제 소유”라며 “저를 위해 선의로 한 행동으로 안 후보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기를 부탁한다”는 취지의 사실 확인서를 방문진에 제출했다. A씨는 “2013년 진정인(제보자)과 사업을 하면서 저의 개인사정 때문에 안 후보자를 설득해 (주식) 명의만 안 후보자로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며 “하지만 진정인과 같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악화됐고, 저의 부탁으로 명의를 빌려준 안 후보자는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이 됐다. 안 후보자는 물론이고 경제적 이득을 본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 사장도 지난달 27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2013년 후배의 부탁을 거절 못해 명의를 빌려줬지만 결코 주식을 받지 않았다”며 “단 1원의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 또한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안 사장은 “주식 명의대여를 금지하는 법은 다음해인 2014년 11월 시행됐다”며 “당시 불법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인정에 이끌려 명의를 빌려준 사실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 여러 논란이 되는 상황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현재 MBC는 안 사장의 주식 차명 소유 의혹과 관련한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가 언제 종료될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는 2일로 거론됐던 안 사장의 취임식을 미룰 정도로 감사 결과에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상 규명 주체 중 한 곳인 방문진도 최근 방문진 이사를 MBC 특별감사의 참관인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안 사장의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은 지난 2017년에도 제보돼 MBC 감사실에서 ‘의혹 없음’으로 결론 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감사 결과가 ‘의혹 없음’으로 나온다 해도 MBC엔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 사장의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을 두고 수사를 촉구하기 시작했고, 제3노조를 중심으로 안 사장과 관련한 다른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서다. MBC 한 기자는 “방통위원장 물갈이 이후엔 KBS와 MBC에 대한 공격이 거세질 게 뻔하고, 그 전면에 서 있는 것이 사장인데 취임 초기부터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아 걱정”이라며 “감사 결과 혐의가 없다 해도 이후 두고두고 사장 퇴임 촉구의 빌미가 될 것 같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온갖 의혹들도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다만 안 사장 측은 항간에 떠도는 글과 소문은 실체가 없는 허위 사실이라며 이번 주 내로 수사 의뢰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MBC는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5인의 등기이사를 선임했다. 등기이사엔 박태경 부사장, 박건식 기획조정본부장, 도인태 미디어전략본부장, 박장호 보도본부장, 윤미현 콘텐츠전략본부장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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