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관련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향후 우리 또는 후대가 살아갈 환경, 즉 삶의 조건이 달라지는 중대 사안으로 지속 다뤄지는 것. 역으로 이는 특정 이벤트와 연관되고서야 뉴스가 되고, 재난·사건사고 범주로 다뤄지며 끝나고 마는 어떤 현실을 전제한다. 그런 면에서 박상욱 JTBC 정책부 기자의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는 매우 특수한 사례다. 2019년 11월25일 시작된 연재는 지난달 27일 ‘선심 아닌 의무, 홍보 아닌 공시...‘진짜’ ESG는?’ 기사까지, 매주 월요일 한 편씩을 쌓은 끝에 현재 172회에 이르렀다. 3년3개월을 이어온 정기 연재는 언론계에 많지 않고, 특히 기후위기 분야론 유일하다.
박 기자는 지난달 23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속으론 (2020년 말) 탄소중립 선언을 하면 마무리할까 생각했는데 이후 상황을 보니 ‘이건 안 되겠는데’ 싶었다. 의도치 않게 장기가 되고 있다. (웃음) ‘도저히 못 하겠다’ 싶을 때마다 상을 주시고, 격려도 해주셔서 덕분에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긴 연재, 아직 ‘펑크’ 낸 적이 없다. 말이 쉽지 평일엔 정책부원으로 환경부, 기상청,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등 담당 부처 사안을 챙기고 타 부서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하다. “퇴근 후나 짬이 날 때 고민하고” “주말에 몰아서 작업하는 구조”로 이만큼 연재를 이어왔다. 기사에 실리는 표, 이미지까지 모두 셀프 제작하다보니 그림판, 파워포인트 실력이 늘었다. 타 부서로 인사가 나도, 휴가 중에도, 둘째 아이가 태어나 부부가 함께 조리원에 있을 때도, 이렇게 마감을 했다. “첫 아이가 생긴 사실을 안 다음날 제주에 출장을 가게 됐어요. 2018년 태풍 솔릭이 와서 중계를 했거든요. 이듬해 4월엔 강원도 고성에 산불에 나서 20시간 중계를 하고 왔는데 다음날 애가 태어났고요. 부부끼린 ‘태풍 때 와서 산불 때 태어난 아이’라고 하는데 (웃음) 장정들이 휘청거릴 바람, 4차선 도로를 건너가는 불을 보고 나니까 뭔가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폭염’ ‘한파’ ‘폭설’ ‘가뭄’ ‘폭우’ ‘산불’ 같은 재난부터 ‘고산침엽수 고사’, ‘습지 보존’ 같은 생태 변화, 나아가 ‘재생에너지’, ‘탈석탄’, ‘온실가스 판매’는 물론 ‘그린 뉴딜’, ‘RE100’, ‘ESG경영’ 같은 정책 문제까지 ‘기후’ ‘환경’으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범주를 다뤄왔다. “지금은 국가 단위로 그린 에너지 R&D가 이뤄져서 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지는 상황인데요. 에너지 이슈 해결 없인 온실가스 감축을 논할 수 없다보니 제 관심도 거기 집중이 됐어요. 놀랐던 건 일부러 검색하지 않는 한 제 기사는 보기 어려운데 주식하시는 분들이 카페, 블로그에서 많이 보시더라고요.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 외에 경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 주목하게 만드는 것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 국회기후변화포럼 ‘2023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연재 이래 많은 상을 받아왔다. “사회 전 분야를 기후와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으려면 교육 밖에 없다”는 생각에 초·중등생을 위한 책을 여럿 쓰고,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다. 보람도 있었지만 ‘산림 임령에 따라 지금 탄소흡수량과 30년 후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 산림 경영이 필요하다’는 보도가 ‘나무를 그래서 다 베자는 거냐’는 오해로 이어지는 당황스러운 일을 겪기도 했다. “‘전문성 좋지만 회사 오래 다니기에 좋은 건 아닐 수 있다’는 걱정을 해주는 선배들도 계세요. 여기도 단독이 있지만 누굴 잡아넣는 그런 단독은 아니잖아요. 환경기자는 임팩트 있는 단독을 못 쓴다 생각할 수도 있어서 더 열심히 뛰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원전 안전 문제, 폐수 유출을 한 기업과 관련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각각 단독 보도를 한 바 있다.
2011년 9월 JTBC 개국 때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현장에 대한 갈증으로 2013년 회사에 얘기해 기자 수습 교육을 다시 받고 길을 틀었다. 이후 사회부, 국제부, 중앙일보 편집국, 사회1부, 디지털 부서를 거친 게 지나온 길이다. 입사 전엔 주 모로코 대사관에서 잠시 일했고, 현재 카레이서(B등급)이기도 하다. 여러 특이한 이력을 가진 그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평균 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둬야한다는 국제적 목표(2018년 IPCC 총회)를 두고 지금 “기자로서, 시민으로서, 아빠로서 최선이라 생각하는 걸” 하는 중이다.
“작년에도, 올해도 목표는 개근이에요. 잠을 덜 자면 되는데, 이젠 체력이 좀 달리더라고요. 처음엔 ‘왜 리포트로 안 잡아줘’였다면 지금은 하게 둬서 고맙다는 생각을 해요. 아무튼 JTBC에서 기후뉴스가 나가는 거잖아요.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지켜지나 보다가 2030년 쯤 되면 그만할 생각을 하게 될까요? 2050년 탄소중립을 못할 거 같으면 계속 써야겠지만 길긴 하네요. 어우…(웃음)”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