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제를 대하는 언론의 관점을 보고 있을 때면 몹시 걱정스럽다. 이번에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두고 각 언론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하나의 법안을 두고 여러 주체들이 각자 의견을 내어 토론하는 것은 민주적이고 필연적인 과정이다. 언론은 이때 각 주체들과 사회 구성원들에게 다각도에서 조망한 사실을 제시하고 사회가 보다 더 공익에 부합하는 이로운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론은 지금 그 역할을 잘 하고 있을까? 도리어 언론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판단을 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월11일부터 17일까지 경향·동아·조선·중앙·한겨레·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한국경제 2개 경제일간지 지면에 나온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노란봉투법 보도 내용을 긍정/부정/중립으로 분류하면 부정이 55.2%에 달했고 긍정이 17.2%, 중립은 27.6%에 그친다.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진 것이다.
특히 재계 입장 전달에 앞장서는 언론 기사는 심각한 수준이다. 몇몇 언론사는 법안의 취지를 무력화하거나 법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는 표현을 골라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언론사들은 “불법파업”, “파업조장법”, “무제한 파업법” 등의 극단적 표현으로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는 잘못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이러한 보도에서는 노란봉투법의 입법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는 대목을 찾아볼 수 없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쟁의 행위로 인해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동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배상금을 떠안고 목숨을 끊는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인해 47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것을 계기로 논의가 촉발됐다. 이미 앞서 여러 보도에서 국내 현행법이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제시했고 파업의 다양한 형태를 허락한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그런데도 노동자의 쟁의 행위 자체를 불온한 것으로 그린 보도가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이 지나친 객관주의에 매몰돼 기계적 중립만 지키는 태도를 일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공정성이 결여된 일방적인 주장을 계속 설파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유해하다.
충북민언련을 비롯한 언론감시 운동 진영에서는 언론의 노동 보도 행태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경제 메커니즘 속에서 문제의 핵심과 쟁점을 파악하지 않고 재계를 대변하거나 노동·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조장하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파업 등의 취지를 충실히 보도하지 않는 점 등을 오랜 시간 지적해오고 있다.
언론은 무엇을 팔아먹고 사는가 생각해본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기사와 프로그램이 될 것이고, 그에 붙는 광고나 구독료·시청료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터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나는 언론이 공정성을 팔아 신뢰로 먹고 산다고 생각한다. 오늘 여러분의 손에서 나가는 기사 한 줄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칼럼 한 편이 사회 구성원에게 단·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불법파업’이라는 자극적이고 위험한 단어 뒤에 가려진 목숨들을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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