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돈거래 사태’에 대한 한겨레 저연차 기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한겨레 노조가 막내 기수인 27·28기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방담을 통해서다. 지난 1월 한겨레 편집국 전 간부가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와 돈거래를 했다는 사건이 알려진 이후 마련된 자리였다.
한겨레 노조는 지난 9일 발행한 노보에서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방담에서 이들은 ‘움츠러들었다’고 했고, 누구든 이를 상세히 설명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밝혔다.
노보에 따르면 방담에 참여한 한겨레 저연차 기자들은 ‘김만배 돈거래 사태’가 터진 이후 “타사 기자들이 물어볼까 약속을 취소”하고 “취재원과의 만남도 미룰”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또 이들은 취재 활동을 할 때도 심리적 제약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A 기자는 “다루기 힘든 사안일 경우 제보자가 지지받기 힘들 수 있는데 괜히 우리 언론에 실려서 기사를 ‘돈 주고 실었냐’는 이야기가 나올까봐 움츠러든다”며 “카페에서도 취재 전화하면서 (소속 말할 때) ‘한겨레’라고 작게 웅얼거리는 게 싫어 먼저 문자를 남길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또 다른 편집국 부장이 해당 간부의 돈거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들에게 “더 큰 상처”로 다가왔다. 이에 대해 B 기자는 “개인 윤리의식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감시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라며 “온정주의가 작동한 것일 텐데 그런 걸 배제하고 살펴볼 만한 조직이나 기구가 회사 내에 전혀 없었다”며 문제의 원인을 분석했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한겨레는 해당 간부를 해고한 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발 빠른 대처를 했다. 다만 저연차 기자들은 정작 사건에 대한 내부 소통은 부족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타사 (후속) 보도가 나오고 사과문(해당 간부의 금전거래 금액)을 변경”하고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을 설명 없이 갑자기 확대”한 것 등이 단적인 예다.
C 기자는 “대외 보여주기와 실제 진상 규명, 이 두 가지가 잘 돼야 할 텐데 사실 더 중요한 건 후자”라며 “‘보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 앞으로 한겨레가 어떻게 할지 밝히는 건 어려운 문제인데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제일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만배 돈거래 사태’ 관련 한겨레 진상조사위원회는 2월 내 진상보고서 공개를 목표로 관련인 조사와 보고서 초안 작성을 마무리한 상태다. 지난 13일 권태호 저널리즘책무실장은 진상조사위 중간 경과를 알린 칼럼에서 “대표이사부터 편집인, 편집국장, 국장단, 사회부장, 전·현직 법조팀장, 전·현직 법조팀 기자들, 전·현직 에디터 및 데스크 등 사내 인사를 대면조사 했다”며 “변호인을 통한 김만배씨 서면조사, 관련된 다른 언론사 기자와의 전화통화 등 광범위하게 조사를 벌여왔다. 해고 간부에 대해서도 서면조사와 대면조사를 병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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