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황하영 동부산업 대표를 취재하기 위해 대표이사실을 방문한 UPI뉴스 전·현직 기자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UPI뉴스 측은 “법원이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공익적 목적의 취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윤찬영 판사는 지난 15일 송모 UPI뉴스 기자에게 벌금 300만원, 김모 전 UPI뉴스 기자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10월27일 강원도 동해시 황 대표의 동부산업 사무실을 취재차 방문했다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동부산업 사무실 방문은 무죄라고 인정하면서도 2차 방문 때 대표이사실 출입은 유죄로 판단했다.
기자들이 동부산업 사무실을 찾은 것은 대선후보 검증 취재를 위해 황하영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황 대표는 “윤석열 대선후보와 단순한 지인이 아니라 ‘40년지기’이자 후원자”라고 UPI뉴스는 밝혔다. UPI뉴스는 당시 방문을 바탕으로 지난해 1월25일 <[단독] ‘측근’ 사무실엔 2m짜리 부적…무속·역술에 둘러싸인 윤석열> 기사를 보도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UPI뉴스 기자들은 2021년 10월27일 11시49분쯤 동부산업 출입문을 노크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식사를 하고 있던 직원에게 기자 신분을 밝히고 황 대표가 윤 후보와 친분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어 대표이사실을 잠시 둘러봐도 되냐고 묻고 대표이사실로 들어가 카메라로 그림 등을 촬영하고 나왔다.
기자들은 11시54분쯤 회사 건물을 떠났다가 5분여 뒤 다시 황 대표 사무실을 찾았다. 2차 방문 당시 직원은 화장실에 있었고 출입문은 약간 열려 있는 상태로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모 기자는 사무실을 거쳐 대표이사실에 들어가 그림 등을 촬영했고, 송모 기자는 출입문 주변에 서 있다가 사무실로 돌아온 직원에게 황 회장 아들에 대해 질문했다.
1심 법원은 UPI뉴스 기자들이 두 번째 방문 때 대표이사실에 들어간 것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기자들이 직원이 사무실을 비운 사이에 대표이사실에 들어갔고, 대표이사실 내부를 무단 촬영하고, 사후적으로 직원에게 촬영 사실을 알리거나 허락을 구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다.
정당한 취재과정에 발생한 것으로 형법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는 변호인 주장과 관련해 법원은 “대표이사실 침입 행위의 동기, 목적, 내용, 경위 및 그 결과, 행위 전·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를 업무로 인한 행위라거나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춘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1심 법원은 그러나 1차 방문에서 기자들이 사무실과 대표이사실에 들어간 것, 2차 방문 때 사무실에 들어간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1차 출입 때 직원에게 기자 신분을 밝혔고, 직원이 보고 있는 가운데 대표이사실에 들어갔으며 대표이사실로부터 나오라거나 사무실을 퇴거할 것을 요청받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주거침입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사전에 출입이 명시적으로 거절되지 않는 이상 사무실 방문 자체가 금지되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벌금형 판결을 받은 송모 기자는 “사무실하고 대표이사실 출입을 구분해서 판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2차로 들어간 것은 당시 김모 기자가 취재 수첩을 대표이사실에 두고 왔다고 해서 이를 찾으러 간 것뿐”이라고 했다.
류순열 UPI뉴스 편집인은 “어떻게든 유죄를 내리기 위해 쥐어짠 느낌이 드는 판결”이라며 항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1차 방문이 무죄라면서 몇 분 뒤 이뤄진 2차 방문은 유죄라는 판결을 납득할 수 있겠냐”며 “어떻게든 유죄로 판결하기 위해 대표이사실 침입을 문제 삼았다고 본다. 설사 무단침입을 했다고 해도 대선후보 검증을 위한 공익 목적의 취재활동인 만큼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데도 판사는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황하영 동부산업 대표는 이번 형사고소와 별개로 지난해 10월 UPI뉴스와 UPI뉴스 소속 기자들을 상대로 5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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