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가 지난달 30일 ‘2023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사’를 선정해 발표했다. 일간지 30개사, 주간지 45개사 등 총 75개사였다. 그런데 1주일 뒤인 지난 6일, 다음날 개최 예정이던 지역신문발전기금 사업설명회 개최일정이 연기됐다는 공지가 뜨더니, 지난 17일 우선지원 대상사 ‘재선정’ 결과가 발표됐다. 최종 명단은 일간지 32개사, 주간지 50개사로 각각 2개, 5개사가 늘어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7일 공지글<사진>에서 지발위는 “심사과정에서 발생한 계량평가 점수 오류”를 그 원인으로 밝혔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달 30일 우선지원 대상사 선정 결과가 발표되자 탈락한 신청사 쪽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점수를 확인한 뒤 이의를 제기했다. 선정 결과에 대해 지발위는 △정보공개 청구 신문사의 부문별 점수 △신청사 평균 점수 등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타 신문사의 정보나 점수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의제기를 접수한 지발위 측에서 재검증을 한 결과, 통계 오류는 사실로 확인됐다. 점수가 높게 나와야 할 곳은 낮게 나오고, 점수가 낮아야 할 곳은 높게 나온 곳들이 일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원래대로라면 탈락했어야 할 신청사가 합격하고, 합격했어야 할 신청사가 탈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심사과정에서 평가 대상인 2022년도 사업실적 대신 2021년도 데이터를 잘못 사용한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오류를 확인한 지발위 측은 재검증을 거쳐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탈락한 7개사를 구제하기로 결정했다. 책임 소재가 지발위에 있는 만큼 이미 선정된 곳들은 결과를 번복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유례가 없는 일인 만큼 평가를 진행한 지발위 전문위원들은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발위는 문책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발위는 지난 16일 회의에서 소위원회를 만들어 우선지원 대상사 선정뿐 아니라 지발위 운영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만들기로 했다. 김찬영 지발위 위원장은 21일 열린 ‘2023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사업설명회’에서 “대상사 선정에 혼선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심사 매뉴얼과 시스템 등을 재정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신청사들에 상당히 죄송스럽다”라고 거듭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문위원들 책임만 있는 것도 아니라 (사의 표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하는 부분은 다른 위원들과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상반기 중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같이 협의해서 제도 개선안을 다시 만들 거다. 내년에도 이런 일이 안 벌어지리란 보장이 없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정확히 이것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게 위원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에 따라 지역신문발전기금 운용을 위탁받아 집행하는 언론재단 또한 이번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다. 지발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우선지원 사업자 선정을 지발위가 전담토록 하고 재단은 개입하지 않는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그래도 데이터 검증 같은 건 해야 하지 않겠나 해서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얘기해왔는데, 이번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걸 계기로 해서 준비해왔던 사항들을 위원회와 협의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이번 같은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단에선 행정적 뒷받침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은 총 82억5000만원으로 지발위와 언론재단은 공모사업을 통해 지역신문 역량 강화와 지역사회 공헌 확대 등 2대 분야 8개 사업에 64억원을 지원한다. 지역신문법 제16조는 △1년 이상 정상발행 △광고 비중 50% 이하 △한국ABC협회 가입 △발행인 등이 지역신문 운영과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은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춘 지역신문에 대해 기금을 지원할 수 있고, 이중 편집자율권 보장 및 재무건전성의 확보 등 해당 요건을 충족한 곳에 대해선 기금을 우선 지원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발위는 매년 말 이듬해 기금 우선지원 대상사 선정 공고를 내고 심사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올해는 일간지 39개사, 주간지 60개사 층 총 99개사가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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