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99) 마스크를 '진짜' 벗기까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체육시간,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공을 쫓는다. “공 나가면 어떻게 해야 해?” ‘스로인’ 룰을 서로 알려주며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뻥뻥 축구하고 있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오로지 즐기는 배움의 현장을 목도했다. 땀에 젖은 아이들은 서로 짜릿한 하이파이브를 나누면서 온라인 수업으로는 할 수 없는 ‘진짜’ 학교생활을 비로소 누리고 있었다.
다만 마스크만큼은 아직 벗지 못했다. 실외 활동 마스크 의무가 해제됐으나 여전히 아이들은 체육시간에 마스크를 낀다. 습관인가 했더니 어렵게 얻은 등교의 기회를 지키고 싶은 간절함이 컸다. 마스크를 쓰고 방역 수칙을 지켜야만 등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월, 마스크 없는 등굣길이 시작되지만 마스크는 계속해서 보일 것 같다. 다만 기대할 점은 아이들의 놀라운 회복력과 적응력뿐이다. 3년 동안 일상이 된 질병의 공포를 벗는 데에는 그 절반의 시간만 걸렸으면, 그리하여 부족했던 배움과 추억들을 하루빨리 채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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