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둘러싼 충격이 거세다. 언론 분야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기존과 달리 ‘자동 글쓰기 기계’로서 특징이 분명한 AI가 저널리즘에 미칠 영향을 두고 고민이 부상한다. 당장 현업에서 가능한 활용 방안은 물론 기자의 일과 언론 산업에 미칠 파장, 향후 쟁점을 두고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는 지난달 챗GPT를 활용해 퀴즈와 맞춤형 콘텐츠 제작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엔 생성형 AI(generative AI)로 이용자가 자신이 주인공이 된 소설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앞서 미국 IT매체 씨넷(CNET)은 지난해 11월부터 금융 관련 기사 73건을 AI를 활용해 작성, 출고했다가 지탄 받았다. 인간 기자가 확인했다지만 애초 AI 사용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특히 상당 정보에서 오류와 표절이 확인돼서다. 언론 영역에서만 봐도 생산 단계는 물론 기자의 역할, 언론윤리를 둘러싼 논쟁까지, AI 기술은 이미 다가온 미래의 일면을 보여준다.
언론으로선 저널리즘에 미칠 영향에 고려가 필요해진다. 특히 챗GPT는 방대한 자료를 재빨리 처리, 요약해 ‘완결성 있는 글쓰기’로 결과를 전하지만 사실검증 면에선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언론 업의 본질을 오히려 드러낸 측면이 있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은 신문과방송 2월호 기고에서 “챗GPT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요약하고 정리해서 답변해주는 도구”, “부정확한 사실이나 잘못된 사실도 확신하는 문구와 표현으로 출력물을 내놓는다”는 점을 들어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취재해 알리는 일”, “사실 검증자로서 기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자료 요약 보도, 따옴표 저널리즘처럼 챗GPT로 대체가능한 영역이 아닌 대체불가 지점이 언론·기자의 생존조건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글쓰기 기계’인 AI는 ‘어뷰징’ 확산 도구로 공론장을 더욱 황폐화할 수도 있다. 현 포털뉴스 환경에서 언론사가 속보, 가십거리를 통해 트래픽을 전담하는 부서를 두는 일은 흔한데 AI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기사를 생산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현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는 AI 기사를 일반 뉴스섹션에 배치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향후 사람 기사와 구분이 안 될 정도까지 고도화됐을 때 제재가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다. 그럴듯해 보이는 글을 내놓는 만큼 지라시나 허위정보 유포에 활용될 여지도 있다. 최근 챗GPT 관련 보도를 한 박대기 KBS 기자는 “가짜 인터뷰를 요구해도 거리낌 없이 결과물을 만들듯 챗GPT엔 윤리적인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뉴스뿐 아니라 인터넷 문서도 대량제조 될 수 있는데 이전 댓글부대 같은 사례와 결합한다면 가짜 문건이 돌아다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팩트체크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미디어 산업 측면에선 언론사 디지털 매출 감소에 미칠 영향도 예견된다. 챗GPT의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별도 링크 없이 정교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는 차후 포털 등 검색엔진이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새 방식이 될 수 있어서다. 강정수 미디어스피어 이사는 “기자 개인으로선 어닝콜 요약, 논문 서머리처럼 자료 정리 및 요약에서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문장·문단 다듬기, 브레인 스토밍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언론사 비즈니스 면에선 부정적일 수 있다”며 “구글, 빙은 물론 네이버에서도 움직임이 나오는데 GPT에 질문해 단지 요약정보를 받을 때 원소스는 아예 안 볼 가능성이 있다. 검색해서 정보를 찾고 습득하는 습관 자체가 달라져 언론사 트래픽이 줄며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 저작권과 관련해 대응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영미권에선 이미지 생성 AI인 스태빌리티AI, 미드저니, 디비언트아트 등이 저작권으로 보호된 수십억 개 이미지를 아티스트 보상이나 동의 없이 학습에 사용한다며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 언론학자는 “차후 AI 관련 저작권 문제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미 많은 언론사 기사 데이터가 수집돼 학습에 이용됐을 것으로 보는데 그게 얼마나 되는지 공개된 건 없다”며 “웹에서 수집할 수 있다고 정당한 건 아니기 때문에 아카이브를 공개적으로 구매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게 언론사들에 남은 숙제라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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