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6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보편적 가치인 자유를 역설하며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후 대통령의 각종 연설에는 ‘자유’가 빠지지 않고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잇따른 대통령 관련 보도에 있어 표현의 자유가 대통령의 말과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속어 보도’에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는 전대미문의 결정을 내렸다. 여당은 MBC 사장 등을 형사 고발했고, 외교부는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또 해당 사건을 계기로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던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도 중단됐다.
MBC와 KBS, 방송통신위원회는 각종 고소·고발, 감사원 감사,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국세청 세무조사의 대상이 됐다. 이런 수순을 거쳐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이 바뀌고 사장이 교체되는 익숙한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이어진 방송사 탄압의 기시감이다.
이어 지난 3일 대통령실은 전 국방부 대변인이 출간한 저서를 인용해 ‘대통령 관저 결정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뉴스토마토와 한국일보 기자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MBC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발했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실이 직접 나선 것이다. 현 정권의 언론인 고발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 출범부터 논란이 된 관저는 세금으로 짓는 만큼 언론은 관련 내용을 취재해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보도가 사실과 다르거나 반론이 필요하면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고발로 대응했다. 정권을 비판하거나, 뜻이 맞지 않는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의도다. 고발 대상이 된 한국일보 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뉴스토마토 지회는 “이 사안은 더 이상 취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 “후속 보도를 차단하려는 의도, 본격적인 공안 통치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참여연대의 논평처럼 이는 “실제 범죄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고소·고발이 가져다주는 위축 효과를 얻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일부는 너무 과하다 할 정도로 (언론의 자유가) 발현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가 진정으로 구현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정필모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이 전방위 언론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한 총리의 발언은 적반하장에 가깝다.
보도에 대한 고소·고발의 일상화로 압박을 넘어 탄압이 발현되고 있다는 게 언론인들의 체감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과할 정도로 발현되는 자유”로 표현하는 현 정권의 언론관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대정부 질문에서 한 총리는 MBC 전용기 탑승 불허는 “자유민주주의와 관계가 없다”고도 했다. 정 의원이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인데 왜 관련이 없느냐”고 하자 한 총리는 “그 자유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책임도 같이 따라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유를 외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민주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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