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전·현직 직원 19명이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임피제)에 따른 임금 삭감분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회사가 도입한 임피제가 위법·부당하게 적용되며 임금 및 퇴직금 등이 깎인 만큼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지난해 5월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자들의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피제는 법 위반이란 대법원 판결 후 신문사 중에선 첫 집단소송이 같은 해 8월 부산일보에서 나왔는데 같은 맥락의 소송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국경제 전·현직 기자, 논설위원 등 19명(원고)은 지난달 6일 회사(피고)를 상대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를 제기했다. 원고들은 2016년 회사의 임피제 도입으로 55세 30%, 56세 35%, 57세 40%, 58세 45%, 59세 50%의 비율로 임금을 삭감 당했고, 결과적으로 퇴직금 역시 줄어들었다. 직원들은 회사의 임피제가 정년 연장 없이 “원고들로서는 기존과 동일한 근로를 제공하면서도 임금이 하향되었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근로시간 등의 단축 등 보상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 등을 주요하게 지적했다. 소송 대리인에 따르면 1인당 청구금액은 7000만원에 달한다.
실제 직원들은 임피제 도입 후 업무가 줄지 않았고 보직에 따라 늘어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도입 당시 ‘임피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실제 삭감은 크지 않다’며 회사가 동의를 구했지만 약 2년만에 제도는 폐지됐고 이후 지원은 없었다고도 했다. 2020년 감액률이 줄어든 변화가 있었지만 소급분을 지급받지 못했다고도 전했다.
한 소송 참여자는 “회사는 큰 이익을 내왔고 호실적을 이유로 소수 임원은 많은 상여금을 받았지만 직원들은 가혹한 임피제로 고통을 겪었다”며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소를 진행하게 됐고 지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의 행태가) 괘씸해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모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득이한 경영상 이유도 없었고, 신규 고용이 이뤄진 것도 아니었다. 임금을 깎는 대신 근로시간 축소나 보직 변경 등 대상 조치가 이뤄진 것도 아니었던 만큼 정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송은 앞서 부산일보 전·현직 직원 28명이 회사를 상대로 임피제에 따른 임금 삭감분을 돌려달라는 집단 소송을 지난해 8월 언론계에서 처음으로 낸 건과 같은 맥락에 놓인다. 특히 2016년 도입된 부산일보 임피제의 경우 만 59세는 감액률이 80%에 달할 만큼 비율이 컸다. 현재 부산일보 임피제 소송은 다음달 20일 2차 변론기일을 예정하고 있다. 부산일보 한 소송 참여자는 “소송 인원에 변동은 없고 다수가 안식휴가에 들어가며 올해 1963년생 13명이 정년을 앞둔 변화 정도가 있다”며 “회사에서 별다른 말이 없어 오래 갈 싸움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소 제기엔 지난해 5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쳤다. ‘정년유지형’ 임피제에 대한 판결은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피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피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피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됐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향후 법원이 언론사에 적용된 임피제를 ‘정년유지형’과 ‘정년연장형’ 중 무엇으로 볼지, 도입 목적과 근로자 불이익 정도를 얼마나 고려할지에 따라 판결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경제 사측은 “2016년 정년연장형 임피제를 도입했다. 필요한 법률 검토를 거쳐 대응할 계획”이란 입장이다. 정년연장이 됐기 때문에 임금 삭감은 상응한 조치이고, 보상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경제 직원들은 자사의 임피제가 고령자 고용법이 보장한 정년 60세의 ‘유지’에 따른 ‘정년유지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 대리인인 정명아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지난해 5월 대법원 판결은 정년연장형이면 정당하다는 게 아니라 정당한 임피제가 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임금 삭감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는 등 반대급부 없이 임금만 깎였고 삭감된 돈을 신규채용에 투입하는 등 조치가 없어 판례가 판시한 정당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며 “특히 공기업의 임피제 임금 평균 삭감률이 20~30%인데 신문사 삭감률이 50%에 달해 놀라웠고 심각하다고 본 게 소송 배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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