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명의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 댓글 10개 중 6개가 혐오 감정이 담긴 ‘혐오 댓글’이었습니다. 초유의 비극적 재난, 사회적 참사가 벌어졌지만 국민 대다수가 보는 뉴스 포털 댓글창에는 농도 짙은 혐오 감정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댓글은 누가 쓰지?” 이번 기획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1세기 여론이라 불리는 댓글이지만 주변에서 ‘내가 댓글러’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댓글창에 혐오와 차별의 표현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댓글은 ‘수준 이하’의 사람이 작성하는 것이라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생겨나면서 스스로를 댓글러라고 당당하게 밝히기 어려워졌습니다.
왜 댓글창의 수준이 이렇게 됐는지, 댓글과 댓글러를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댓글창은 성별, 나이, 직업 등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접근할 수 있기에 공론장의 역할을 합니다. 반면, 누구도 댓글창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큰 단점입니다. 이처럼 양날의 검인 댓글을 보다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실태와 심각성을 확인했습니다. 어떤 기사에서 어떤 유형의 혐오가 두드러지는지 분석하고, 특정 혐오가 확산하는 시점에 우리 사회에서 발발한 이슈들까지 파악했습니다. 국민일보의 분석이 더 나은 온라인 공론장 환경을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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