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복직하니 유령취급 따돌려"… CBS에 무슨 일이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 '비정상적 원직복직 규탄' 릴레이 1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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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기온에도 매서운 바람에 손이 곱아들었던 지난달 30일 정오. 노동법률사무소 돌꽃의 김유경 노무사는 서울 양천구 CBS 본사 앞에서 얼어붙은 손으로 피켓을 쥐고 서있었다.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의 부당해고와 비정상적인 원직복직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커다란 피켓엔 ‘부당해고 복직하니, 유령취급 따돌림’, ‘일할 때는 정규직처럼, 복직하니 프리랜서?’ 등 CBS를 규탄하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이번 릴레이 1인 시위는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해 지난달 25일부터 경남CBS 앞과 서울 CBS 본사 앞에서 시작됐다. 시위 첫 날은 최태경 아나운서가 경남CBS 앞에서 직접 피켓을 들었고, 본사 앞 첫 시위는 최태경 아나운서의 법률 대리를 도맡아왔던 김유경 노무사가 맡게 됐다. 김 노무사는 “최 아나운서가 2년 넘게, 너무나 명백하게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해서 노동자성이 인정되겠구나 생각했다”며 “노동위원회 판정문도 제가 맡은 사건 중 가장 잘 나왔다. 하지만 CBS는 아직도 프리랜서 계약서가 유효하다 보고 최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CBS 아나운서 정상적 원직복직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부터 경남CBS 앞과 서울 CBS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의 부당해고 및 비정상 원직복직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최태경 아나운서의 법률 대리를 맡아온 노동법률사무소 돌꽃의 김유경 노무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CBS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최태경 아나운서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총 7년 4개월을 CBS에서 일했다. 부산CBS에서 2년간 취재리포터로, 울산CBS에서 1년간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일했고 경남CBS에선 2016년 9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또 2019년 4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각각 1년 8개월, 2년 8개월간을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몸담았다.


다만 말이 프리랜서지 그는 사실상 정규직처럼 일했다. 주요 업무인 뉴스진행과 설교편집, 프로그램 제작에 더해 매번 프로그램 제작 관련 공문 발송이나 운행표 작성, 방송 재허가 관련 서류 작성 등의 일을 했다. 계약서에는 명시되지도 않고 그에 대한 대가도 없는, 프리랜서라면 하지 않았을 업무들이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도 이 같은 사실뿐 아니라 CBS가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최 아나운서를 지휘·감독했다며,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회사에 원직복직을 명령했다.


하지만 CBS는 원직복직이 프리랜서로의 복직을 의미한다며 지난해 10월 초, 그를 프리랜서로 복직시켰다. 노동위에서 분명히 최 아나운서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정규직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계약을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적시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심지어 경남CBS는 최 아나운서를 철저히 프리랜서로 대우했다. 자리와 컴퓨터, 결재 라인을 없앴고 홈페이지 글쓰기를 차단하는가 하면 지휘·감독을 회피하기 위해 직접 업무 지시를 하지 않고 전용 서류함을 회사에 비치, 최 아나운서가 이를 수거해 원고를 작성하도록 했다. 아침에 참석하는 직원 예배, 오후 6시까지의 근무도 ‘자발적’이라는 각서를 쓰도록 종용했다. 아나운서라는 직함을 못 쓰게 하는 건 당연했다.


이것도 모자라 CBS는 지난해 11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한다는 의미로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김유경 노무사는 “회사가 미친 짓을 하는 거라고 보는데, 그 이유가 그만큼 노동위 판정문이 너무 잘 나왔고 못 뒤집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저희는 시간 끌기, 괴롭히기로 보고 있다. 문제는 CBS가 프리랜서 계약서가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계약 종료 기간이 돌아올 때 이분이 또 해고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정소송은 3심제로 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 앞서 MBC의 경우 지난해 비슷한 사례서 1심 패소 후 방송작가를 복직시킨 바 있지만 판결이 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CBS의 경우 아직 1심 공판도 열리지 않았고 1심 단계서 판결을 받아들인다는 보장도 없기에 기약 없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최태경 아나운서는 긍정했다. “건강한 조직은 갈등이 아예 없는 조직이 아니라 갈등이 있더라도 자정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도 CBS가 자정 능력이 있는 조직이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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