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를 직접 감찰하면서 방통위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대통령실이 방통위 감찰에 나섰다는 보도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감찰 상황은 구체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의 비위, 직무태만, 품위 위반을 방치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직무유기일 것”이라며 방통위 감찰을 사실상 인정했다.
앞서 채널A는 같은 날 오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방통위 관계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유시춘 EBS 이사장의 선임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감찰을 통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내용이었다. 유시춘 이사장은 지난 2018년 9월 임명, 2021년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024년까지다. 여권에선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유 이사장이 이듬해 EBS 이사장에 선임된 것은 ‘3년 내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자문이나 고문 역할을 한 사람은 공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언론계는 이번 감찰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사퇴 압박과 연관이 있을 거라 추측하고 있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특정 공무원이 아닌 기관을 대상으로 감찰에 나선 점, 또 같은 사안을 지난달 초부터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감찰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실이 또 나서 직접 감찰을 하는 점 등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방통위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사정기관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2020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중 점수를 조작한 정황으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시달렸다. 검찰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방통위 방송정책국과 운영지원과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지난달 초 국장과 과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과장 1명을 구속시켰다. 검찰은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국장에 대해서도 최근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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