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자체CMS 안착, 이번엔 주니어들과 '디지털 자이언트스텝'

[독자·기자에 '디지털 편성표' 제시]
요일·시각 맞게 디지털콘텐츠 배치
우연한 클릭 아닌 찾아보는 팬 목표

디지털팀 확대개편 D프론티어센터
주니어급 포함 총 40명 거대 부서

  • 페이스북
  • 트위치

동아일보가 새해 시작과 함께 디지털콘텐츠 주간 편성표를 공개했다. 기존 편집국 내 디지털뉴스팀을 ‘D프론티어센터’로 확대 개편한 조직 변화를 단행했으며, 자체 개발한 CMS를 온‧오프라인 콘텐츠 제작에 도입해 디지털 인프라 구축 역시 막바지에 이른 상태다. ‘히어로콘텐츠’를 필두로 콘텐츠 안팎의 측면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해 온 동아일보가 정지(整地) 작업을 마치고 본격 다음 단계의 걸음을 내디디면서 올해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신문사는 왜 편성표를 내걸었을까
동아일보는 신년 시작과 더불어 지난달 3일자 지면(2면)에 ‘동아 디지털콘텐츠 주간 편성표’를 실었다. 아직 빈 시간대가 있지만 일주일 내내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뉴스레터, 유튜브, 온라인 스페셜 기사 등 33개 코너가 편성시간에 맞춰 동아닷컴, 유튜브 등에 선보인다. 방송사와 달리 신문사가 자체 편성표를 만들어 운영하는 일은 없었다. 신석호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겸 동아닷컴 디지털뉴스 본부장)은 “편성은 사실 방송 개념인데 방송사 운영 경험 속에서 그룹 경영진과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중요성을 본 게 정시성, 주기성”이라며 “동아미디어그룹의 콘텐츠 목표는 고퀄리티 콘텐츠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건데 얻어 걸려 보는 게 아니라 무슨 요일 몇 시에 하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팬을 만드는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체계화를 했다. (잠재적) 애독자에 대한 초대장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디지털 콘텐츠 주간 편성표를 실은 동아일보 지난 1월3일자 2면 캡처.

지난 5년 간 사내 산발적인 디지털 시도를 전략 아래 모은 편성표엔 플랫폼으로서 고민도 반영됐다. 15개 코너에 적용된 ‘로그인 월’이 대표적이다. 일부 신문사에선 독자 데이터 확보 목적 등으로 특정 코너 혹은 일정 수 이상의 기사를 보려면 로그인이 필요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동아일보로선 테스트를 제외하면 처음이다. 이샘물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디지털이노베이션팀장은 “언론사는 뉴스가 발생했을 때 공급하지만 이슈는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다. 우린 뉴스 플랫폼과만 경쟁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을 두고 수많은 플랫폼과 경쟁하는데 주기성과 정시성을 갖춘 고품질 콘텐츠를 지속 채워넣음으로써 플랫폼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고민도 있었다”고 했다.


콘텐츠 면면을 보면 ‘히어로콘텐츠’ 출범부터 강조돼온 언론사로서 정체성, 고품질 저널리즘 등 일관된 방향성이 엿보인다. 부동산·주식 콘텐츠가 모인 ‘경제존’(매일 오전 8시), 건강·라이프의 ‘웰빙존’(낮 12시), 정치·법조의 ‘정치존’(오후 2시) 등 ‘동아일보에 강점이 있는 콘텐츠 ’로 띠를 만들었다. 특히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안영배의 시니어를 위한 웰빙 풍수’, ‘김광현의 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김순덕의 도발’에서 보듯 ‘직접 취재한 고유 결과물’, ‘전문성을 갖춘 기자의 콘텐츠’에 무게를 둔 점이 눈에 띈다.(관련기사: <히어로콘텐츠, 100세 동아일보를 바꾸고 있다>)


사내에서 편성표는 뉴스룸 내 취재기자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로 제시된 측면도 있다. 일례로 아예 신설된 8개 코너엔 편집국에서 가장 바쁜 정치부 여당·야당 팀장, 사회부 법조팀장이 맡은 ‘김지현의 정치언락’, ‘한상준의 정치인사이드’, ‘황형준의 법정모독’ 등이 포함됐다. 전통적으로 신문제작의 핵심인력들에게도 신문 이상을 기대하고, 모든 기자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시도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신 부국장은 “다양한 선배들을 보며 후배 기자들이 ‘나는 언제 저기(편성표) 들어가지? 들어가려면 뭘 해야하지?’란 생각으로 전문기자 꿈을 키우고 경력관리를 할 수 있다면 내부적으로도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너지, 그리고 브리지 ‘D프론티어센터’
동아미디어그룹은 올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기존 편집국 내 디지털뉴스팀을 확대 개편, 아래 3개 팀을 둔 D프론티어센터(센터)로 변화시켰다. 센터 내 D알파팀은 ‘히어로콘텐츠’ 같은 멀티미디어스토리텔링, 데이터저널리즘을 기반으로 한 ‘전략 콘텐츠’를 제작하고 디지털 콘텐츠 생산 유통 관련 데이터 분석과 전략 수립을 한다. D베타팀은 편성표 코너 중 ‘텍스트’ 기반 콘텐츠 제작과 함께 동아닷컴, 포털, SNS 등을 통한 큐레이션 작업을 진행한다. 기존 디지털뉴스팀의 온라인 뉴스편집 기능도 맡는다. D감마팀은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 뉴스 저널리즘 영상을 제작한다.


주니어급 인력이 집중된 센터는 D알파 7명, D베타 12명, D감마 9명에 인턴까지 합쳐 총 40명이 속한 편집국 내 거대 부서다. 여기엔 센터장 직속으로 편제된 연차 있는 에디터 6명도 포함됐다. 기존 경영전략실 산하 전략 영상 조직(1theC, 2theC), ‘히어로콘텐츠’를 담당했던 디지털이노베이션팀 내 제작 파트 등 흩어졌던 디지털 제작 역량을 편집국 내 한 부서에 모아 시너지를 도모하고 나아가 취재부서와 물리적, 화학적 결합을 이룬다는 의도다.

지난달 10일자 동아일보 사보 실린 'D프론티어센터' 관련 조직개편 이미지. 기존 편집국 내 디지털뉴스팀을 확대 개편해 산하에 3개팀을 둔 편집국 거대 부서가 됐다. (사보 캡처)

이성호 D프론티어센터장은 “여러 시도를 해왔지만 편집국 차원에서 유튜브 영상 제작이 활발하진 못했다. 그룹 내에 동영상 콘텐츠로 전문성을 갖춘 조직들이 있었고 이걸 모아 센터 내 팀으로 꾸리게 됐다”며 “기존엔 편집국과 심리적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 PD, 취재기자, 사진기자 등 다양한 직군과 스며들면 유기적인 협업, 콘텐츠 품질 향상 등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특히 이 센터장은 “달리 말하면 ‘브리지’ 역할이다. 기존 디지털뉴스팀엔 기자와 온라인 뉴스 편집자가 전부였고 좀 더 수동적이었다면 편성표의 등장으로 더 적극적인 역할이 부여됐다. 특히 편성표에 나온 콘텐츠는 사내에서 일정 허들을 넘었다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콘텐츠 관련 논의나 제안, 사내 인식전환 역할도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디지털 전환의 역할은 동아일보나 편집국 단위에 국한되지 않았다. 동아닷컴엔 디지털뉴스 본부장 아래 4명으로 이뤄진 콘텐츠기획팀이 신설, 콘텐츠·서비스 개발 역할을 맡는다. 제작기능이 빠지며 정규직 4명, 인턴 3명이 된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디지털이노베이션팀은 콘텐츠 영향력, 품질 등을 성장 동력을 찾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결국 동아닷컴 ‘서비스 개발’, 경영전략실 ‘전략 수립’, D프론티어센터 ‘콘텐츠 실행’의 세 축이다. 앞서 펀성표에 포함된 코너 중 투자 관련 콘텐츠 ‘투벤저스 스페셜’은 출판국이, 인터뷰 콘텐츠 ‘따만사’는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이 맡고 있기도 하다.

◇“모두가 함께 만든” CMS 전격 도입...그리고 올해
지난해 9월 온라인 기사 제작에 새 콘텐츠관리시스템인 CMS-DA(가칭)를 도입한 동아일보는 같은해 12월 새 도구로 A섹션(종합면) 지면을 인쇄했다. 조금씩 제작지면을 늘리고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지난달 30일부턴 B섹션까지 CMS 제작범위를 늘리며 모든 면을 새 CMS로 제작하기 시작했다("이주 내엔 B섹션까지 CMS 제작 범위를 늘릴 예정이다"였던 기사내용을 1일 오전 9시께 업데이트) 동아일보로선 2020년 7월 TF를 꾸린 지 2년여만에 CMS 전면 도입을 앞두며 2000년부터 23년 간 써온 집배신과 작별을 앞둔 상태다.


동아일보의 CMS는 국내 언론이 자체 역량으로 기획, 개발을 진행한 첫 시스템이다.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신문사와 비교해 동아일보의 CMS 개발은 이른 편이 아니었지만 대신 해외 매체에서 사오거나 외부 IT개발사를 통해 개발됐을 때 부작용을 겪은 타사의 사례를 지켜볼 수 있었다. 내부 스터디를 통해 ‘종합선물세트’를 만들려는 부담을 덜고 핵심을 장착하되 기능을 계속 확장하기로 했다. 현재 CMS는 모바일 제작 지원 등 온·오프라인 콘텐츠 제작과 편집, 출고 같은 기본 기능을 탑제하고 있다. 콘텐츠 분석 시스템 등은 차후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할 예정이다.

2022년 여름 CMS-DA 개발을 담당한 동아닷컴 CTS팀이 이용자인 편집국 편집부 대표단의 요구사항을 청취하고 있다.(동아일보 제공)

무엇보다 “모두가 함께 만드는 CMS”란 태도와 과정의 의미가 크다. 신 부국장은 “우리가 구조물을 잡고 벽돌을 쌓아야 필요할 때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야 된다’는 게 1번이었다. 타사 사례를 연구하면서 핵심은 소통이라 봤고 이에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게 2번이었다”면서 “실제 이용자들에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려했는데, 지난해 말 경영진 보고를 준비하며 2년6개월 간 구축에 참여한 인원을 세보니 150명 가량이었다”고 했다. 이 팀장은 “기획안·디자인 단계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해 설명회를 열고 오픈하면서 2년 가까이 이용자들이 진행상황을 알고 있었다. 카톡방 등을 만들어 메뉴 추가 요구 등을 반영해 계속 디벨롭 시키는 식이었다”며 “이건 특정 시점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구성원 의견을 계속 모아 만드는 끝없는 과정이란 점을 지속 설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의 인프라라 할 CMS 도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며 동아일보는 이제 다시 본격적인 시작을 앞뒀다. 당장 편성표를 통해 독자와 약속을 한 편집국으로선 D프론티어센터의 안착 고민이 있다. 이 센터장은 “센터 내 팀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취재부서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히어로콘텐츠’의 디지털 오리지널리티 강화와 운영 방식 업그레이드, 유튜브 콘텐츠 개편 등도 필요할 것 같다”면서 “편성은 이후 관리가 더 중요해서 시청자 선호도, 데이터에 따라 주기적으로 바꾸려 한다. 개인적으론 현재 33개 코너 참여인물이 28명인데 연말까지 50명은 참여하는 성과를 생각해본다”고 했다.


이와 관련 기자들의 디지털 참여 확대를 위한 공간 마련, 인센티브 개편도 추진 중이다. 현재 사옥 16층 한편을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로 꾸리고 있는데 취재기자들이 찾아 센터 다양한 직군과 대화하며 ‘당신은 이런 걸 하면 어떻냐’는 액티브 코칭을 받는 공간이 목표다. 기존 콘텐츠 건당 또는 월 단위 성과에 대한 평가로 지급해 온 인센티브에 더해 편성표에 포함된 콘텐츠에 파격적으로 인센티브 레벨을 올리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올해 예고된 네이버의 ‘선택적 아웃링크’ 도입은 동아일보 디지털 전환 추진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봐야하지만 내부에선 ‘아웃링크’로 나가는 결정에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내년 4월 언론사별(CP사) 선택에 따라 아웃링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아웃링크를 택한 언론사는 네이버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방문자를 늘릴 수 있지만 네이버가 지급해 온 광고수익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동아일보는 다수 언론사가 목표로 둔 ‘콘텐츠 유료화’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회의적인 견해를 품고 있다.


이 팀장은 “올래 플랫폼 전략은 충성독자가 우리 서비스 플랫폼에 만족하도록 하는 것, 나머지는 새로운 이용자를 충성독자로 끌어오는 것”이라며 “포털보다도 우리 플랫폼의 콘텐츠와 서비스에 만족하는 월간 활성 사용자 등 충성 독자층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략적 목표를 우선 시해서 장기적인 수익창출 방안을 찾으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결론을 내리기엔 성급하지만 이 콘텐츠를 기반으로 충성독자가 모였을 때 콘텐츠 자체를 유료화하는 방법 말고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회사 차원에서 진지하게 보려한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