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의도한 바일까.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KBS, MBC 등 공영방송을 향한 정부기관의 조사와 감사, 감찰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채 1년이 되지 않았는데, 관련 조사만 벌써 16건에 달한다. 조사 방식도 다양하다. 사실상 감독기관은 모두 동원돼 국무조정실 감찰,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국세청 세무조사, 서울시 감사 등 여러 방식으로 공영방송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보수단체와 소수 노조가 제기하는 고소와 고발을 빌미로 수사를 시작, 공영방송에 또 다른 차원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윤석열 정부 들어 과연 이 같은 조사와 감찰이 얼마나 진행됐고, 진행되고 있는지 표로 정리했다. 그 결과 23건의 조사, 감사, 감찰, 수사 내역이 나왔다. 전수 파악이 불가능할 만큼 공영방송을 향한 고소·고발이 많아 대상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한정하고, 그마저 수사가 진행된 사건으로 축소했는데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이 표에 담겨있는 조사와 감찰이 모두 부당하다고 단언할 순 없다. 다만 약 8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정부기관과 사정기관의 조사 및 감사가 무더기로 진행된 점, 또 이 중 일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흔들기 용이라는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특히 MBC를 향한 정부의 압박은 사뭇 노골적이다. 고용노동부, 국세청, 감사원, 경찰 등 가장 많은 정부·사정기관이 동원돼 전 방위로 MBC를 압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최승호 사장 등 전 경영진 4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는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연차수당 등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강도 높게 들여다봤다.
MBC는 “일반근로감독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뿌리며 왜 특별근로감독으로 진행했는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며 “특별근로감독이 사실상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는 만큼 다음 달 사장 선임 절차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약 두 달간의 정기 세무조사 결과 국세청이 MBC에 52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하고, 감사원이 최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현장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도 박성제 MBC 사장과 방문진 이사를 흔들어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이라 보는 시선이 많다.
KBS 역시 지난해 8월부터 감사원 감사에 시달리고 있다. 감사원은 세 차례 예비조사에 이어 지난해 9월 중순부터는 KBS 이사회 및 사장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는데, 5가지 항목에 대해 지금까지도 감사를 벌이고 있다. 애초 조사 기간은 10월 말까지였지만 오는 2월28일까지 감사 기간이 4개월이나 연장됐다. 게다가 감사원은 최근 KBS 대북코인 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도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서면조사를 추가로 벌이고 있다. 언론계에선 이 같은 일련의 감사가 KBS 이사회와 김의철 KBS 사장에 대한 표적 감사라고 보고 있다.
지배구조를 흔들기 위한 조사와 감찰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 추천 임명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국무조정실이 방통위 감사팀을 상대로 지난 3일 감찰에 착수했고, 이 밖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압박하기 위한 검찰 수사도 현재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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