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봉화 광산 매몰 사고 221시간

[제387회 이달의 기자상] 박세진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박세진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 기자

책상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봉화 광산 매몰 사고 221시간 취재는 오롯이 현장을 지킨 덕에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기적의 생환 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려봅니다. 매몰 사고 발생 초기부터 경북 봉화의 아연 채굴 광산을 주목하는 여론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구조 작업이 이어지던 중 이태원 참사라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며 봉화의 소식은 점점 더 잊히게 됐습니다.


현장 상황은 애초부터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광산업체는 사고 발생 14시간 반이 지나서야 119에 처음 신고를 했습니다. 뒤늦게 착수된 구조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생명을 살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겠다’라는 걱정 속에 구조 작업 문제점과 사고 원인을 하나하나 짚어갔습니다. 애끓는 마음으로 현장을 지키는 광부의 가족들과 동료 광부들이 제기하는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기사화해 나갔습니다. 동료 기자들이 현장을 찾아오기 시작했고, 작은 목소리가 모여 큰 목소리로 한데 뭉치며 구조 여건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가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리기에 이르렀고,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 장비와 인력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고립 221시간 만인 11월4일 오후 11시3분. 광부 2명은 기적적으로 동료들에 의해 구조돼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이번 취재를 겪으며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현장을 지킨 덕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기자 개인으로서는 그 현장의 목소리 덕에 구조 작업의 이면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구조 당국이 전해주는 텍스트만 받아보고서는 할 수 없는 취재였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함께 현장을 지킨 연합뉴스 동료들과 늦은 시간까지 꼼꼼하게 기사를 살펴봐 준 데스크 선배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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